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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한화에어로, 5일까지 생산라인 전면 중단…특별 안전점검 실시

작성자

최유빈 기자

작성일

2026.06.04 | 09: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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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대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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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안노 다카히로

한일 AI 정치혁신 특별대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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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에 마련된 삼성2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뉴스

[사설] 민주당 찜찜한 승리, 절제하라는 6·3 민의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대구 경북 경남 등 영남 일부를 제외하고 13곳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선거에서 국민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그러나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선 초박빙 접전 속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서울을 탈환하지 못하면서 민주당 승리는 빛이 바랬다. '찜찜한 승리'인 셈이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다. 전반적으로 이번 선거는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를 거치며 형성된 '기울어진 정치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해 온 이재명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우선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인 것이다. 이로써 현 여권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에 이어 서울을 제외한 지방권력도 상당수 확보했다. 민주화 이후 보기 드문 강력한 권력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이번 승리가 곧 무조건적인 신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을 계기로 선거 막판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추격전은 정부·여당의 독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신중히 헤아리길 바란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지난 1년 동안 경제 회복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현재의 경제 지표가 마냥 견고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초호황의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와 물가 부담, 산업 간 격차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절제된 자세로 국민 통합과 협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대부분 넘겨주게 된 국민의힘은 더 큰 혼돈의 상황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패배는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혁신 노력은커녕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려고 했다. 전면적인 노선 전환과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수의 재기는 요원하다.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야권 내에선 장동혁 대표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다. 장 대표부터 물러나야 한다.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 속에 지방자치의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유권자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기는 기초 의원·단체장 선출의 장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소비된 것이다. 이제 여야 모두 당장의 승패를 떠나 민심의 흐름을 냉철히 읽어야 한다. 투표율(잠정 61%)이 4년 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도 정치 본연의 조정 기능과 역할에 대한 민심의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긴 흐름으로 보면 민심은 늘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대외적 경제안보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위태한데, 언젠가부터 국론은 진영에 갇혀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합리적 중도 세력의 민심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세력이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전국 선거가 없다. 정쟁과 갈등을 뒤로 하고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협력과 경쟁의 장을 펼칠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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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KBS &#039;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 2 : 최태원의 대답&#039;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

[시대광장/김준술]최태원 회장이 던진 '모래밭' 화두

중국 북서부 고비의 모래사막은 버려진 땅이었다. 지금은 1만2000개의 태양열 반사판이 일제히 중앙탑으로 열을 보내 엄청난 전력을 생산한다. 황무지 서부의 전력은 동쪽의 산업 지역에 보낸다. 이른바 '서전동송'(西電東送) 정책이다. 인공지능(AI)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력 싸움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서간다. '저공(低空) 경제'는 또 어떤가. 중국은 지상에서 1km 이내 공간을 저공 영역으로 정해 전략 사업으로 밀고 있다. AI로 드론을 날리는 것을 넘어 물류와 농업·소방 같은 산업과의 융합을 꿈꾼다. 하늘을 규제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실증 공간'으로 허용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두 장면은 최근 화제였던 KBS 다큐멘터리 '인재 전쟁 2'에 소개된 내용이다. 곱씹어보면 공통으로 담긴 코드가 있다. 바로 '마음껏 실험하고, 시도하라'는 교훈이다. 이것이 전제돼야 비로소 AI 패권 전쟁에서 '속도'를 담보할 수 있다. 속도는 왜 중요한가. 선점과 선두는 곧 승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먼저 행하고 먼저 시험하는 '선행선시'(先行先試) 문화를 자랑한다. 거침없는 진격의 관행은 절로 생기지 않았다. '규제 같은 건 생각 말라'는 중국 정부가 뒤에 있었다.주눅 드는 중국 사례를 놓고서 "남보다 느려지면 잡아 먹힌다"는 경고가 곧장 나왔다. 발언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방송에 연사로 등판해 AI 시대의 절박하고도 시급한 화두를 여럿 던졌다. 강연 도중에 개인적으로 '이거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바로 'AI 시티'를 제안한 대목이었다. AI 기술과 제도를 실험할 수 있는 특정한 도시 공간을 말한다. 최 회장은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다 글로벌 속도전에서 도태된다"면서 조속히 AI 시티를 구축하자고 제언했다. 먼저 공청회를 하고, 법과 제도를 만든 뒤, 감독 기관을 두는 방식. 이런 20세기의 틀로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호소다.AI 시티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 9월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고, 여러 회의 끝에 6월에 강원권과 충청권에서 AI 시범 도시를 정한다. 교통∙에너지∙로봇에 AI를 접목하고, 민간 기업도 들어와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도 손질한다. 현재 국정과제 '31번'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광주광역시에선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차 200대가 시험 주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그러나 시간은 빠듯하다. 자율주행 실증 사업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실력이 성인이면 우리는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게 국토부의 절박한 평가다. 비단 이동 수단뿐 아니다. AI 시티에선 에너지, 의료, 재난방지, 교육처럼 도전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성공하면 새로운 이윤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마침 청와대에 'AI 미래기획수석' 자리가 있다. 공석인 수석 자리에 누가 들어가든 국정 과제 순번도 당기고, 더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조율해 더 빠르고 과감하게 지원하면 좋겠다. 새만금에선 현대차가 큰돈을 투입해 로봇택시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는데 민간이 참여할 유인도 더 많아져야 한다.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AI 시티의 '본질'이다. 많은 정부 프로젝트가 그랬듯 '보여주기'로 흘러선 안 된다. AI 서비스가 멋지게 구현된 물리적 도시를 완성하는 일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결과물로서 도시 자체보다는 사전적인 '규제 프리(Free)'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이른바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자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AI 기술과 서비스를 제약 없이 펼칠 경연장이 절실하다는 취지다. 다소 파격적으로 "스타트업 종사자, 전문가들을 보내 아예 자치를 해보라고 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누군가는 AI 시티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부작용이나 안전사고를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미리 경험해 봐야 문제를 빨리 수정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중국보다 늦었다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다. 한국은 디지털 수용도가 높아 AI 시티를 다루기에 좋은 환경이다.지금은 제도를 만든 뒤 실험하는 게 아니라, 먼저 실험한 뒤 제도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실험실을 만들었다. 우리는 아직 '실험 계획서'를 쓰고 있다. 마음껏 실력을 시험하고, 실패해도 되는 '모래밭'이 절실하다. 지금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AI 반도체 이윤'을 둘러싼 분배 논쟁이다.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10년 뒤에도 또 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올 수 있는가. 모두가 더 오래, 더 많이 나누기를 바란다면 답은 분명하다. 혁신의 모래밭부터 넓혀야 한다.

김상균의 두 번째 지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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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전공 교수, 인지과학자

[김상균의 두 번째 지능 시대]④ 거절했는데 강연이 확정됐다

며칠 전, 한 유명 협회에서 강연 요청 메일이 왔다. 내 책과 연구 배경을 언급하며, 행사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질서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정중하고 반듯한 구성. 그런데 글 전체에서 AI가 쓴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났다. 나 역시 AI를 많이 쓰니, 그 자체가 별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협회가 요청한 강연 시간에 나는 이미 선약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어렵다고 답했다. 대신 가능한 다른 시간대를 알려드렸고, 참고하시라고 강연료도 함께 안내했다.얼마 후 답장이 왔다. 강연 수락에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확정된 강연 시간은 내가 분명히 어렵다고 말했던 그 시간이었다. 행사 계획서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강연료였다. 내가 안내한 금액보다 25%가량 높게 적혀 있었다. 순간 멈칫했다. 내가 수락하지 않은 시간에, 내 이름이 들어간 행사 계획서가 만들어졌고, 강연료는 내가 말한 것보다 올라가 있었다. 강연료가 올라갔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상황은 아니었다.다시 상세하게 메일을 보냈다. 뭔가 착오가 있는 듯하다고, 그 시간에는 선약이 있어서 강연이 불가능하다고, 이전 메일에서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시 답장이 왔다. 또 강연 수락에 감사한다는 내용. 또 행사 계획서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번에도 시간은 내가 불가능하다고 한 그 시간. 강연료는 처음 내가 안내한 금액보다 50%가량 높아져 있었다.기괴했다. 솔직히 잠깐 장난스러운 호기심도 생겼다. 여기서 한 번 더 같은 내용으로 거절 메일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강연료가 100% 올라서 올까? 거절할수록 몸값이 오르는 이상한 경매가 시작되는 것일까? 그런 실험은 하지 않았다. 이메일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간의 이메일 소통 내역을 설명했다. 혹시라도 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지금 상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분은 몹시 당황한 듯했다. 이메일 소통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설명은 이랬다. 동명이인 교수가 있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설령 동명이인 교수가 있다고 해도, 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시간에 왜 내 이름이 들어갔는지, 왜 강연료가 두 번이나 달라졌는지, 왜 같은 수락 감사 메일이 반복됐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금 더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AI와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교수 중에 김상균이 또 있다고?아이러니한 것은, 그 협회가 내게 요청한 강연 주제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질서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짧은 이메일과 통화 과정에서 내 머릿속은 새로운 질서가 아니라 새로운 무질서로 가득 찼다.나는 이 일이 반드시 AI 때문에 벌어졌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사람의 착오였을 수도 있다. 내부 전달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냐보다, 이런 일이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무서움은 AI가 틀린 답을 낸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무서운 것은, 틀린 답이 아주 그럴듯한 문장과 공식 문서의 모양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전의 실수는 대체로 티가 났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문장은 매끄럽고, 형식은 완성되어 있고, 첨부 파일은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안의 사실관계가 틀려 있다. 더 곤란한 것은, 그 오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무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그 협회에 나는 크게 실망했다. 유명한 기관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마주할 미래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짜 위험은 기계가 인간처럼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인간이 기계 뒤에 숨는 데 있다.새로운 질서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오래된 질서부터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서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사람 사이 신뢰의 원천은 무엇인지부터 말이다. 그 단순한 질서가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AI를 붙여도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저 더 빠르고, 더 공손하고, 더 그럴듯하게 무질서해질 뿐이다.━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사고와 경험, 그리고 기술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최근엔 AI 확산과 인간의 확장된 미래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저술활동 외에도 강연과 유튜브 등을 통해 기술 변화를 쉽게 풀어내며 대중적으로 폭넓은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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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서 촉발된 대기업 초과이윤 재분배 논란이 정치권과 산업계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

[기자노트]억대 성과급과 최저임금 사이…초과이윤, 상생 위해 숙의하자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서 촉발된 대기업 초과이윤 재분배 논란이 정치권과 산업계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AI(인공지능) 시대에 기업에 집중될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묻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제안하자 산업계와 야권은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마저 "반도체 이윤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논란까지 불거졌다.그러나 이번 논란을 '기업의 이윤을 빼앗자는 낡은 주장'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뿌리에는 한국 노동시장의 오래된 이중구조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반도체 라인, 같은 공장 생태계에서 일하지만 일부 원청 정규직에게는 억단위의 성과급이 논의되는 동안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일자리를 걱정한다. 대기업의 초과이윤도 특정 기업 소속 임직원만의 노력으로 빚어진 결과라고만 보기 어렵다. 협력업체의 땀 어린 기술과 인력, 장기간 축적된 공급망의 역량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벌어진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는 한국 노동시장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숙제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대기업의 초과이윤 배분 비율을 직접 정하거나 강제하려 들 경우 부작용이 작지 않다. 배분 기준과 대상, 경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훼손, 경영 개입, 재투자 위축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자칫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치자는 문제의식이 산업 경쟁력 훼손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필요한 것은 파이를 억지로 빼앗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대기업이 거둬들인 초과이윤이 하청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제도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초과이윤을 바탕으로 현재 원자재 가격 변동에 초점이 맞춰진 납품대금 연동제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어떨까.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분, 안전 투자 비용, 숙련 인력 확보 비용을 원청이 함께 부담할 경우 초과세수를 활용한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 우대, 공공조달 평가 가점 등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자본시장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초과이윤을 활용해 협력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행위를 핵심 ESG 지표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에 반영한다면 상생에 앞장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단순 기금 출연이 아니라 실제 하청 노동자의 임금 인상, 산업안전 투자, 복지 개선 등에 대한 데이터를 증빙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초과이윤은 승자가 독식할 전리품도, 억지로 뺏어 나눌 약탈품도 아니다.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재원으로 쓰일 때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거위는 더 크고 건강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 초과이익 배분을 논의하기 위한 '가칭 사회연대임금 모색 긴급토론회'는 연기됐지만 청와대도 성과 배분의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토론회 개최는 조만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 자리가 상생의 룰을 다시 설계하는 숙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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