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사진=뉴스1

오는 7월부터 은행이 일부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된다.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가산금리에 얹어 차주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에 제동이 걸리면서 신규·갱신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은행권이 우대금리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할 경우 실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대출금리 산출시 각종 보증기금 출연금 등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1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대출 계약에는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보증기금 출연금 등 일부 법적비용이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 가운데 가산금리는 은행의 업무원가, 리스크 관리비용, 법적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해 정해지는 항목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대출금리 산출시 은행연합회 자율규제인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가산금리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금 출연금을 법적비용 항목으로 반영했다. 출연금 부과기준이 되는 기업운전자금대출 등을 취급할 경우 해당 대출금리에 보증기금 출연료율을 가산하는 방식이다.
표=금융위

이번 개정 법령은 이 같은 법적비용 반영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대출금리에 은행법에 따른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료,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개별 법률에 따른 각종 보증기금 출연금을 반영하는 것이 금지된다.

교육세법 개정안에 따른 금융·보험업자 교육세율 인상분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다. 교육세율은 기존 금융·보험업자 수익금액의 0.5%에서 수익금액 1조원 이하 0.5%, 1조원 초과 1.0%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교육세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해당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전가하는 것은 제한된다.


은행의 점검 의무도 강화된다. 은행은 대출금리 법적비용 반영 금지 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연 2회 이상 점검해 기록·관리해야 한다. 법적비용 반영 금지와 점검·기록·관리 의무는 내부통제기준에도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 법적비용 반영 금지 의무나 준수 여부 점검·기록·관리 의무를 어기면 은행과 임직원 모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이후 은행권의 금리 산정 체계 개편 상황과 법적비용 우회 반영 여부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법 시행에 앞서 금리 인하 효과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카카오뱅크는 햇살론 금리에 대해 법 개정 효과를 미리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 5월 햇살론 금리를 0.75%포인트 선제적으로 인하했다"며 "이는 7월 법령 시행 이후 예상되는 금리 인하폭을 한 달 이상 앞당겨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법적비용 제외 효과가 실제 최종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여부다. 법정비용 항목이 빠지더라도 은행이 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우대금리 등 다른 항목을 조정할 경우 최종 금리 인하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만큼 차주의 실제 이자부담 경감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전체적으로 평균 약 0.2%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리 인상기 실수요자, 소상공인 대상 금융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폭이나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출금리는 법적비용 외에도 여러 항목을 종합해 산정되는 만큼 실제 인하폭은 은행별·상품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