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하이가 가격 중심의 기존 이커머스 문법에서 벗어나 취향 큐레이션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가 온라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격 중심의 기존 이커머스 문법에서 벗어나 취향 기반 큐레이션을 앞세워 이용자 확대와 객단가 상승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백화점이 축적한 고객 이해도와 큐레이션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4월 론칭한 더현대 하이의 약 2개월(4월6일~6월 17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평균 객단가는 24만원을 기록했다. 기존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 투홈의 평균 객단가보다 약 41% 높은 수준이다.


이용자 유입은 빠르게 늘었다. 더현대 하이는 오픈 한 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700만명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 회원수는 23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투홈 신규 회원 수를 합산한 수치보다 7배 이상 많은 규모다. 기존 회원 중 1년 이상 구매 이력이 없다가 더현대 하이에서 구매를 재개한 고객 수는 한 달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더현대 하이가 이용자 확대와 객단가 상승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이커머스와 다른 접근법을 선택한 덕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이커머스가 할인과 쿠폰을 앞세워 트래픽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더현대 하이는 취향 기반 큐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백화점은 바이어가 검증한 3000여개 브랜드를 더현대 하이에 선별 입점시켰으며 이 중 약 1000개를 팬덤형 브랜드로 구성했다. 백화점 VIP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접속 고객의 관심사에 맞는 브랜드를 우선 노출하고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통한 대화형 큐레이팅 서비스도 탑재했다.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방식보다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를 발견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큐레이션 전략은 고객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메인 화면 상단에 배치한 큐레이션 콘텐츠의 고객 반응률은 일반 온라인 기획전 대비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럭셔리 백화점 봉마르쉐의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 전문관 역시 목표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백화점식 큐레이션이 온라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오프라인에서 검증한 '발견형 소비' 전략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더현대 서울은 희소성 있는 브랜드와 대형 팝업스토어, 전시·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목적 구매보다 발견과 체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더현대 하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소비력 높은 고객층을 끌어모았다는 평가다.

더현대 하이의 성과는 AI 쇼핑 고도화 흐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유통은 상품 수 확대와 가격 경쟁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에는 고객 취향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경쟁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네이버·무신사 등 주요 플랫폼들이 AI 추천 기능 고도화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기반 추천 서비스가 보편화될수록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상품·콘텐츠 제안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화점 업계가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고객 이해도와 MD 큐레이션 역량이 온라인 경쟁에서도 유효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커머스가 상품 수와 가격 경쟁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고객 취향을 얼마나 정교하게 파악하고 제안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더현대 하이는 백화점이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큐레이션 역량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성과를 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하이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달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키고 럭셔리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와 협업한 단독 상품도 늘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검색과 비교 대신 발견과 선택에 집중한 큐레이션 전문몰 전략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MD와 서비스 등을 지속 선보이며 디지털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