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고있다. /사진=정병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퇴원 이후 당 쇄신과 기강 확립을 강조하며 사실상 당내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에 선을 그으면서 그의 거취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있는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장 대표가 중도 사퇴한다면 그 시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습과 국정감사, 2028년 총선 준비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내년 2월 전후가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 대표는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려면 당원들의 뜻과 맞아야 한다"며 "당원들 뜻과 다르게 사퇴를 요구한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재준·양향자 최고위원의 지도부 총사퇴 제안에 대해서는 "다 같이 사퇴하자는 것은 목적이 뚜렷하다. 지도부로서 책임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당내 사퇴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장 대표는 윤리위원회 징계 카드를 꺼내 들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과로 등으로 엿새간 입원했다가 지난 24일 당무에 복귀한 그는 기자회견에서 "당의 쇄신과 당의 기강 확립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순차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언급한 '기강 확립'이 윤리위를 통한 징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지방선거 과정에서 해당 행위 논란이 많이 있었다. 선거 이후로 미뤘지만 어떤 결론이든 답할 때가 됐다. 당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도부가 가는 방향이 국민 여론과 당원의 민심인 당심에 부합하는데 '당신 지금 가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하는 게 해당 행위"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를 흔드는 행위를 해당 행위로 판단해 징계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가 이처럼 사퇴 압박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당분간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분출됐고, 당내 개혁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가 수차례 장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동력이 크지 않다. 비당권파가 꺼낼 수 있는 카드도 사실상 소진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붕괴되지만 우재준·양향자 최고위원 외에 김민수·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은 사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정희용 사무총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서 6·3 지방선거 책임론도 점차 힘을 잃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1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꾸려졌고 23일 1차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까지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도 옅어졌다.


국민의힘 당권파도 투표용지 부족사태, 공소 취소 특검 등 대여 공세가 필요한 시점에 장 대표 사퇴론으로 힘이 분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이날 한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집안 싸움이 언론 기사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본인 죄 가리는 공소 취소 특검을 하겠다고 하고 선관위 특검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다. (그런 것들을) 국민들이 체감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임기 완주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그의 거취를 결정할 변수로는 정점식 원내대표가 꼽힌다. 정 원내대표는 장 대표 거취와 관련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있다. 4·5선 의원들에 이어 3선, 재선, 초선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장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의원들의 의견이 장 대표 사퇴 쪽으로 모이고 정 원내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할 경우 장 대표도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장 대표가 사퇴하지 않더라도 내년 2월 전후에는 지도부 교체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오는 9월과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다. 야당의 계절인데 그때 누가 장 대표 사퇴에 집중하겠느냐"며 "현실적으로는 내년 1~2월로 본다"고 말했다.

장 대표 임기가 2027년 8월까지인 점도 내년 2월 사퇴설에 힘을 싣는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내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를 모두 마친 뒤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총선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당 안팎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를 조기에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국민의힘 지지층의 절반가량은 장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장 대표 거취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49%는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38%는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전체 유권자에서는 48%가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고,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0.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