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30일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 195조에는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이어 196조에선 '사법경찰관(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검사가 수사 주체이자 컨트롤타워였다.
그러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만 수사권이 남았다. 이듬해 검찰의 수사 범위는 부패와 경제 등 2개로 좁혀졌다. 이마저도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돼 검찰은 직접 수사권을 잃는다. 마지막 남은 것이 '보완수사권'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경찰의 부실수사 및 증거인멸 의혹으로 번진 '장윤기 사건'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검찰은 자평한다.
하지만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사라진다. 검찰에 남은 권한은 이제 딱 하나, '보완수사 요구권'이다. 형사소송법(형소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의 실체를 밝혀 억울한 시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수사 주체가 되고, 검찰(오는 10월 공소청으로 전환)이 오로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수사 체계는 형소법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강제성 없는 보완수사 요구의 한계
앞으로 공소청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직접 불러 수사할 수도, 증거를 따로 수집할 수도 없다. 오로지 경찰을 통해서만 사건 수사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첫 번째 의문.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제대로 이행할까?
현재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시 경찰은 3개월 이내에 하게 돼 있는데, 이걸 1개월 이내로 줄였다. 경찰이 신속하게 보완수사를 하도록 강제했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보완수사 요구 횟수에 제한도 없다. 검사는 수사가 미진하다고 느낄 경우 10번이고 20번이고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보완수사를 여러 번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보완수사가 제대로 이행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의문으로 이어진다. 보완수사를 한다는 건 스스로 수사가 미진했음을 인정하는 것인데, 수사 경찰이 이를 뭉개거나 엉뚱하게 수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검사는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상급 수사 관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이 피의자와 유착됐다고 의심이 가면 상급 수사 관서인 서울지방경찰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도 보완수사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검사가 서울경찰청도 믿지 못하겠다면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라는 취지다.
만약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 조항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문제는 검사가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해도 실제 처분은 경찰에서 하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한 경찰관은 딱 한 명 있었다. 사기 피의자 A씨에 대해 검찰이 경찰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따르지 않았다. A씨는 해외로 출국했고,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해당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의 처분은 '불문경고'였다. 불문경고는 비위가 경미해 징계할 정도가 아니라고 보고 훈계로 끝냈다는 의미다.
더욱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수사기관이 '불이행'하는 게 아니라 '부실 이행'했다면 징계를 요구할 수도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보완수사 요구권의 한계다. 보완수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선 '범죄의 실체를 신속하게 밝히는' 형소법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건 처리에 현재 10개월, 앞으로 1년 넘을 수도
세 번째 의문. 수사권 독점의 가장 큰 폐해는 수사권 남용이 아니라 사건 암장(暗葬)이라고 주장하는 법조계 인사들이 적지 않다. 없는 사건을 있는 사건으로 만드는 것보다 있는 사건을 없는 사건으로 덮는 게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사건을 허위로 만들었다면 공소청이나 법원의 재판을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수사기관이 사건을 덮어버리면 외부에서 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번 개정 형사소송법에선 이런 우려를 감안해 7대 범죄에 한해선 경찰이 공소청에 전건 송치하도록 했다. 7대 범죄는 가정 폭력 사건, 노인 학대 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 학대 범죄, 장애인 학대 범죄, 성폭력 범죄, 스토킹 범죄다. 전건 송치란 경찰이 수사를 통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자체 종결(불송치)한 사건의 기록까지 공소청에 보내 검사의 검토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 중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1차에 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은 3개월 안에 재수사를 마쳐야 한다. 검사는 적정한 재수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보완수사 요구와 마찬가지로 상급 수사관서나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재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역시 보완수사 요구 불이행처럼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수사 요구 역시 보완수사 요구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은 해당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불이행이 아닌 이상 징계나 직무배제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7대 범죄가 아니라면 경찰은 전건 송치 의무가 없다. 경찰이 불송치할 경우 공소청은 사건 자체를 알 수 없어 재수사 요구는 불가능하다.
검사나 피해자 입장에선 보완수사든, 재수사든 해당 수사 경찰관보다는 상급 관서나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에 요구하는 게 객관성과 중립성을 높일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마지막 네 번째 의문이자 우려와 연결된다. 바로 '범죄의 실체를 밝혀 억울한 시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신속성'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만약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중수청 보완수사 전담부서가 맡는다면, 이 수사는 보완수사가 아니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사나 다름없다. 신속하게 범죄의 실체를 밝혀야 피해 구제 역시 신속하게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몇 차례 이어진다면 사건 처리는 더 지연된다. 검사와 수사기관이 사건을 주고받으며 '핑퐁 싸움'을 벌인다면 피해자 보호란 형소법 취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사건의 평균 처리 시간이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형사 사건의 평균 처리 시간은 142.1일이었다. 다섯 달 안에 사건 처리가 완료된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이 2021년 168.3일, 2022년 185.8일, 2023년 214.1일, 2024년 312.7일로 늘어났다. 이제는 열 달이 지나도 사건 처리가 안 되는 것이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30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제가 맡은 음주운전 사건 처리가 3년 넘게 걸린 적도 있다"며 "2021년부터 사건을 검경이 핑퐁 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 "현재 보완수사 기한으로 정해진 3개월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1개월 내 보완수사를 완료하라는 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건이 장기화하면 피해자와 피의자가 부담해야 하는 법률 비용도 같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직접 해도 될 부분을 경찰에 시킨다'는 생각 때문에 처리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제는 경찰이 일차적으로 수사를 끝낸 사건에 대해 검사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인 만큼 빨리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경찰관 입장에서는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 있지만, 형사사법 제도 발전을 위해 경찰이 부담을 안더라도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