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급락했던 코스피가 8월 들어 천천히 상승하자 향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대의 질의에 응한 증권 및 자산운용 분야 전문가 7인은 하락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올 상반기처럼 빠른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코스피는 22.19% 내렸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 10월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하락이었다. 이례적인 급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의 체력 훼손이 아닌 반도체로의 급격한 쏠림과 레버리지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염승환 LS증권 디지털영업본부 이사는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의 실적은 괜찮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며 "급등 과정에서 빚투와 레버리지가 늘었는데 한번 주가가 내려가자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며 시장 전체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7월이 지나고 8월이 접어들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여전히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비중이 크므로 AI 반도체 사이클이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변동성 요인으로 지목됐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거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시장이 점차 안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 이사 역시 "서킷브레이커를 지난 뒤 8월부터 극도의 쏠림은 끝났다"고 했다.
반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는 "한국은 반도체의 '피크아웃'에 따른 하락 전환이 마이너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도 LTA(장기 공급계약)으로 이를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결국 지금 같은 슈퍼 사이클이 10년을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 다지며 천천히 상승할 것…AI 인프라와 조·방·원 주목"

하반기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과거처럼 빠른 상승세가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채널전략팀장은 "기업 펀더멘털은 이상이 없지만 코스피 지수 7000~9000 사이에 투자자들이 상당히 매몰돼 있다"며 "8월 단기 반등은 있겠지만 물량을 소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에 V자형 반등보다는 루트(√)형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현재 증시는 반도체에 대한 의구심을 실적 확인을 통해 조금씩 덜어내는 국면"이라면서 "향후 증시는 우상향하겠지만 급격한 반등이 아닌 확인하면서 올라가는 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승환 이사 역시 "V자 반등은 당분간은 힘들다"며 "하반기에는 지수가 바닥을 다지면서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 관측했다.
이후 투자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AI를 핵심으로 둬야 한다고 봤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의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로봇 등을 유망 분야로 제시했다. 미래 수주를 확보한 조선과 방산, 원자력 등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AI를 코어로 두고 미국 테크 기업이 있는 나스닥이나 국내 반도체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 장기 계약을 맺거나 수주 잔액을 확보한 조선과 방산, 원자력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표 DB자산운용 퀀트본부장은 "AI 투자는 연산 인프라를 넘어서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인프라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새로운 테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변동성에 지쳤다면 글로벌 분산 투자도 방법이다. 박희찬 대표는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해외를 보는 것도 좋다"며 "전문가의 역량을 빌리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확인할 변수는 반도체 실적과 금리다. 김병연 이사는 "오는 3~4분기 반도체 종목의 실적을 확인하며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금리가 안정되면 자금 조달 부담이 낮아지므로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했다. 남용수 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성장을 믿는 꾸준한 투자"라며 "중간에 포기하면 장기 투자의 핵심인 복리 효과가 사라지고, 추종 매수를 하는 것도 좋지 않기 때문에 원칙을 세우고 꾸준히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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