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 창룡문에서 한국연연맹 회원들이 태극기 연을 날리고 있다. /사진=뉴스1


현행 법령이 사실상 월요일로 못 박은 대체휴일을 보다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기업 또는 근로자 개인 차원에서 다른 요일로 대체휴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넓히자는 것이다.

17일 월요일인 이날은 광복절 대체공휴일이다. 지난 2021년 국경일 대체휴일제가 처음 시행된 것도 광복절이었다. 이후 총 16번의 대체휴일 중 13번(81%)이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이 아니었던 때는 ▲2023년 1월24일(화, 설날) ▲2025년 5월6일(화, 어린이날) ▲10월8일(수, 추석) 세 번뿐이었다. 내년까지 예정된 11번의 대체공휴일도 대부분 월요일이다. 내년 2월 설 연휴 대체공휴일만 유일하게 화요일이고 나머지 10번이 모두 월요일이다.



대체공휴일이 월요일에 몰리도록 규정한 법령 자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국경일 대체공휴일 지정 법안이 처음 나온 게 2015년이었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 임기를 몇 차례 넘기며 계류되다 2021년에야 통과됐다.

이미 마련된 조항을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사실 기업이 대체휴일을 다른 날짜로 옮겨 운영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특정한 근로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노사가 합의하면 사업장별로 대체휴일을 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로 옮겨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기업이 창립기념일이나 명절 전후 징검다리 연휴를 전사 휴무로 묶어 운영하는 것도 이 조항에 근거한다.

물론 이 조항이 현장에서 매끄럽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 대기업 소속 노무사는 "근로자대표를 누가 어떻게 선출했는지, 서면합의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둘러싼 쟁점이 노동법 자문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예컨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체결한 서면 합의가 근로자 전체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당국의 유권 해석과 적용 사례를 쌓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티파이 CI/사진=로이터


한편 기업이 대체휴일을 선택할 경우 근로자 입장에선 자녀 돌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녀의 학교나 학원이 대체공휴일로 쉬는 날 부모의 회사가 쉬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해외에는 회사 단위가 아니라 근로자 개인이 원하는 날짜를 대체휴일로 고르게 하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선택적 휴일 제도를 도입했다. 90개국 이상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 특성상 다양한 문화권의 직원들이 각자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맞춰 휴일을 사용하게 한 것이다. 카타리나 베르그 스포티파이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당시 사내 발표를 통해 "직원들이 각자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신념을 기념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자유를 주기 위해 이 제도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영국 법인 '딜로이트 UK'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휴가 크레딧 제도를 도입했다. 법정공휴일을 직원의 연차 총량에 포함하, 공휴일에 실제로 근무한 만큼은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고 원하는 다른 날 쉴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딜로이트 UK의 2023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의 80% 이상이 이 제도에 대해 '개인의 삶과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런 개인별 선택 모델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체공휴일 요일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유연근무'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 같은 근무 유연성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 업무용 메신저 플랫폼 슬랙(Slack)의 조직문화 연구기관 '퓨처포럼'이 2023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근무 시간과 요일 선택의 자율성을 가진 근로자의 업무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29~3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근무 장소를 결정하는 유연성보다 근무 일정·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시행 6년째를 맞은 공휴일 대체휴무일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체공휴일을 모든 근로자가 같은 날 쉬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범위에서 원하는 날을 선택해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휴일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고 기업의 업무 공백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 제조업이나 현장 중심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마다 쉬는 날이 달라질 경우 인력 운영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 국민이 같은 날 쉬면서 내수와 관광이 활성화되는 기능이 반감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따라서 대체휴일에 대해 일괄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하기 어렵다면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윤 교수는 "일부 대체공휴일에 한해 근로자가 일정 기간 내 다른 날짜로 옮겨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