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등 주택 공급 관련 일부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다음 주로 미뤄졌다.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주민 반발과 서울시의 반대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시재정비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 내용 등을 반영해 다음 주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은 용산 미군기지 주변 산재 부지를 활용하는 캠프 킴 등 복합시설 조성지구에 유연한 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주택 건설을 직접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 일대 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사업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도시재정비법 개정안도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있다.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국회는 재석 의원 234명 가운데 153명이 찬성한 가운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본회의에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섰지만 같은 날 자정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토론이 자동으로 종료됐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신속처리라는 이름을 달고도 최장 330일이 걸려 슬로우트랙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것이 현행 패스트트랙"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에 제때 응답하는 본연의 책무를 되찾자는 취지"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룬 데에는 용산 일대 개발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서울 도심 내 대규모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다. SNS에서는 용산어린이정원 내 고층 아파트 건설을 가정한 이미지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의 반발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김 장관과 면담한 뒤 브리핑에서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대한 주택 용도 전환은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용산공원은 남산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제한된 면적을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회동에서도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김 장관과 오 시장은 다음 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 개발을 추진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하지 않을 때의 역풍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론을 더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경관 차이를 가상으로 표현한 사진.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전후 차이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X(옛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