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남편과 늘 '우리 닮은 예쁜 아이 하나 낳아 잘 키워보자'고 얘기했습니다. 지방 이전 논의 후 그 소망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이 됐고 결국 저희는 출산 계획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동료에게서 전달받은 사연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아이를 준비하던 직원이 예보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된 뒤 출산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연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기자회견장은 조용해졌다.
이 직원은 이전이 현실화하면 연고 없는 지역에서 홀로 임신·출산·육아를 감당하거나 주말부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말부부로 지내며 새벽에 아이가 아프면 혼자 어떻게 해야 하나, 만삭의 몸으로 출퇴근은 어떻게 하나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어렵게 쌓아온 예금자보호 분야의 경력을 포기하고 새 직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결국 나가지도 버티지도 못한 채 커리어와 가정 모두가 위협받는 외통수에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라며 아이를 낳으라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삶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방 이전이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니라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 가족 계획까지 흔드는 변수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예보 노조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 경쟁력과 금융안정을 훼손하고 구성원들의 삶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두 기관을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터전은 서울에 있는데"…주거·가족 계획도 흔들
기자회견 전 만난 한 노조 관계자는 "서울 근무를 전제로 주거와 가족 생활권을 수도권에 맞춰온 직원들이 많다"며 "갑자기 근무지가 바뀌면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 교육, 부모 돌봄 등 가족의 생활 기반이 이미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방 이전이 현실화돼도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가족 전체가 옮기자니 기존 생활 기반을 다시 짜야 하고, 본인만 내려가면 주말부부나 '기러기'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 거주지를 유지한 채 출퇴근하면 교통비 부담이 커진다. 주택을 보유한 직원들은 실거주 여부에 따른 세금 문제까지 따져야 한다.
한 노조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자니 교통비가 늘어 가처분소득이 줄고, 본인만 내려가자니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며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 크다는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지방 이전이 현실화돼도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가족 전체가 옮기자니 기존 생활 기반을 다시 짜야 하고, 본인만 내려가면 주말부부나 '기러기'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 거주지를 유지한 채 출퇴근하면 교통비 부담이 커진다. 주택을 보유한 직원들은 실거주 여부에 따른 세금 문제까지 따져야 한다.
한 노조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자니 교통비가 늘어 가처분소득이 줄고, 본인만 내려가자니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며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 크다는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40세 미만 92.5% "이직 고려"
이 같은 불안은 금감원 내부 설문에서도 확인됐다. 노조가 지난 18~20일 구성원 1538명을 조사한 결과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85.6%에 달했다. 만 40세 미만 응답자 중에서는 92.5%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했다.
노조는 인력 이탈과 금융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 확대가 감독 및 예금자보호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위기 때 금감원과 예보가 현장에 경영관리인을 파견해 직접 대응한 만큼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보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금융회사 검사·조사와 유관기관 협업 등을 위한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출장은 1만8053건으로 70.8%에 달했다. 금감원 노조도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이전 뒤 '서울 역출장'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금융 시스템에는 마취도 회복실도 없다"며 "위기 대응이 지연되면 그 대가는 결국 예금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와 가까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소가 바다 곁에 있고 공항이 하늘길이 열린 곳에 있어야 하듯 국가 핵심 인프라는 그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노조는 기자회견 뒤 대통령실에 지방 이전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정부에 금감원과 예보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안정과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개별 기관의 이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인력 이탈과 금융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 확대가 감독 및 예금자보호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위기 때 금감원과 예보가 현장에 경영관리인을 파견해 직접 대응한 만큼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보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금융회사 검사·조사와 유관기관 협업 등을 위한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출장은 1만8053건으로 70.8%에 달했다. 금감원 노조도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이전 뒤 '서울 역출장'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금융 시스템에는 마취도 회복실도 없다"며 "위기 대응이 지연되면 그 대가는 결국 예금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와 가까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소가 바다 곁에 있고 공항이 하늘길이 열린 곳에 있어야 하듯 국가 핵심 인프라는 그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노조는 기자회견 뒤 대통령실에 지방 이전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정부에 금감원과 예보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안정과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개별 기관의 이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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