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장미란씨(37)의 실종 신고를 경찰이 왜 허위로 종결 처리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다만 직무유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 모 경장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서부경찰서에 이어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또 다른 경찰서 역시 "단순 가출 아니냐"며 미온적 태도를 보인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경찰은 거센 비판 여론 속에 뒤늦게 허위종결 사건을 처리하면서 부 경장을 무리하게 긴급체포했다가 법원의 제동으로 풀어주는가 하면,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극단적 선택'이라고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대] 취재 결과 장씨의 사촌동생은 지난달 19일 오후 3시 50분께 서울 노원경찰서에 장씨 실종신고를 재접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15일 장씨 남자친구가 장씨 실종신고를 했으나, 제주서부서 부 경장은 2시간 30여분 뒤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 장씨가 무사한데,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씨 신고 기록을 삭제했다. 당시 부 경장은 장씨 기록을 삭제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를 '사망'으로 입력하면 시스템상 사건이 종결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나도 장씨의 연락이 없자 사촌동생이 나선 것이다.
당시 노원서 담당 경찰관은 사촌동생에게 "다 큰 성인인데, 단순 가출 아니냐", "직계도 아닌데 친척 언니를 신고하러 왔느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아직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은 게 좋은 소식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거면 진작 발견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씨의 직계존속과 경찰이 통화한 후 오후 4시16분께 노원서가 사건을 접수했고, 오후 5시3분께 제주서부서로 다시 이첩했다. 노원서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사건인 만큼 신고하는 진위와 신변 위험성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질문인데,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의 허위종결과 미온적 태도 속에 장씨는 첫 실종신고 101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 숙소에서 5분 거리인 야자수숲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그런데 바로 이날, 이틀 전 긴급체포 된 부 경장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제주지법이 인용해 부 경장을 풀려났다. 법원은 부 경장의 소재가 파악돼 체포영장을 건너뛸 정도로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즉 긴급체포 대신 체포영장 신청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경찰이 허위종결 수사 성과를 보여주려 무리하게 긴급체포에 나섰다가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법조계에선 부 경장이 지난 6월 여자 화장실에 침입했다가 대기발령 된 상태였지만, 현직 경찰관인 만큼 긴급체포는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현직 경찰관 신분인 이상 시급을 다투는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소지가 명확히 있는 게 아니면 긴급체포보다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장씨 시신을 발견한 이후 대응도 논란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장씨 사인이 '목맴사'라고 밝히며 '타살 의심 흔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그렇다"고 밝혔다. 정식 부검이 아닌 현장 검안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섣부른 단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시대]가 만난 제주 현지 경찰은 "경찰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힘든 곳까지 찾아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야자수숲까지 들어간 이유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프로파일링이나 과학수사 원칙상 현 단계에서 어떤 추정이나 단정도 할 수 없다"며 "실무상으로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어도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찰 지휘부의 장기 공백 사태가 경찰의 기강해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가담으로 2024년 12월11일 체포된 이후 경찰은 1년8개월이 넘도록 경찰청장 직무대행 상태다.

25일 오후 제주지법에선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다. 경찰청은 이날 부 경장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 등 지휘라인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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