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주주환원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행보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최근에는 환원 규모보다 실제 소각 여부, 집행 방식, 지속 가능성에 따라 주가 반응도 엇갈린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규모는 43조1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21조4000억원) 대비 101.4% 증가했다.



현금배당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66개사가 지급한 현금배당은 총 3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해 역대 최대치였다. 코스닥 상장사 결산 현금배당도 3조1000억원으로 34.8% 늘었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자기주식을 보유한 모든 상장사가 보유 현황뿐 아니라 향후 처분·소각 계획과 실제 이행 현황까지 공시하도록 규제도 강화됐다.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도 주주환원 경쟁을 촉진했다. 2024년 5월 3개사로 시작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기업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741개사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전체 시장의 85.5%에 이른다. 상장사들이 잇따라 주주환원을 확대하자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단순한 환원 규모보다 구체적인 방식과 실행 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엇갈린 주가 흐름이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2407만주를 장내에서 취득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주환원 기준도 2025~2027년 누적 FCF(잉여현금흐름)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바꿨다.
주주환원책의 구체적인 이행 여부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발표 다음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2.73% 오른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5일 기준으로는 11.87% 상승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취득 주식의 전량 소각 방향 및 집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주가치 개선 기대가 커진 것이다.

반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도 올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90조~110조원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첫 거래일인 24일 주가는 8.70% 하락했다. 25일에도 보합 마감하며 SK하이닉스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약 30조원을 우선 현금배당하고 나머지를 추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집행 시점을 즉시 확정하지 않은 점이 실망 요인으로 꼽혔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환원규모가 어느 규모인지 외에도 실제 유통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소각 비중과 총주주환원율, FCF 대비 환원 수준,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까지 함께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업가치 차별화의 기준도 '얼마나 많이 돌려주느냐'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돌려주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성장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FCF를 기반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병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FCF를 주주에게 충분히 환원할수록 투자자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며 "합리적이고 적절한 주주환원이 안정적인 미래현금흐름 창출에 대한 신호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