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 비핵화' 대신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조속한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도 북미 대화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두 장관의 전날 통화 직후 배포된 보도자료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라는 표현이 담긴 것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 자료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과 비핵화 목표를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양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이번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지난 2월 3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통화 직후 나온 보도자료에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라는 표현이 담겼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한미 양국이 기존의 북한 비핵화보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당초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훈련은 엿새 앞당긴 지난 21일 조기 종료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정상 외교 재가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비핵화를 강조해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 실무진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데 미중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미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외교 재가동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자신의 SNS에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 3장을 올리기도 했다.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촬영된 사진들이다. 다만 북한과 비핵화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사진은 올리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통화에서는 대미 투자와 같은 경제·통상 현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양국 장관이 통화에서 "호혜적인 성과를 도출해 한미 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고 전했다. 양 장관은 가까운 시일 내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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