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과 관련해 오는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과 관련해 오는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후속 조치 등을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조 대법원장 탄핵론이 다시 대두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사법권 침해'로 규정하며 조 대법원장 엄호에 나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경위 등을 묻는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법사위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에 더해 대법원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등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이미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이 제기된 만큼 대법원과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탄핵론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탄핵까지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탄핵 카드보다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의 사법제도 개편을 우선 추진할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사법권 침해'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데 대해 "헌법 유린"이라며 임명동의안 제출을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거부한 것은 이승만 정부 이후 전례가 없는 사법권 침해이자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저버린 초법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 104조가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시한 채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다시 제청하라는 것이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위한 것이냐"며 "대법관을 입맛대로 골라 담겠다는 '대법관 쇼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을 둘러싼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출석은 했지만 증언은 하지 않았다. 당시 관례에 따라 국감장에 나와 인사말을 한 조 대법원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제지로 약 90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의원들의 질의를 들었다.

관건은 대법관 재제청 문제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사실상 반려하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위가 추천했던 손 부장판사 이외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관측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재제청에 나설 경우 추천위를 새로 꾸려야 한다.

대법원은 추천위 재구성을 포함한 후속 절차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퇴근길에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에 있으니 다음 주 중 정리가 되면 여러분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