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대법원에 재제청을 요구한 것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대법원에 재제청을 요구한 것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명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실질적 임명권이 존중되는 가운데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라며 "협의의 관행 또한 헌법기관 상호 간 존중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제청권이 대법원장의 독점적 권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라며 "선출된 권력의 임명권을 형식적 절차로 격하시키는 그 주장이야말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 서면 제청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허무는 처사"라며 "조 대법원장은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대통령의 정당한 헌법상 권한 행사를 '사법부 장악'으로 둔갑시키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자체가 헌법상 대법원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그것(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민주주의 파괴행위, 헌법 파괴행위'라고 언급한 내용을 인용했다.

장 대표는 이를 근거로 "재제청 요청은 반헌법적, 반삼권분립적 작태로서 민주주의 파괴, 헌법 파괴 행위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민주적, 반삼권분립적 행동에 대해서는 웃통 벗고 싸워주는 것이 국민의힘이 할 일"이라며 "이재명 탄핵, 이재명 재판 재개를 위해 웃통 벗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거부한 것은 이승만 정부 이후 전례가 없는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가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다시 제청하라는 것이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위한 것인가"라며 "대법관 쇼핑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다수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체 26명의 대법관 중 무려 22명을 임명하게 된다"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마저 무력화하고 코드 인사를 채워 넣는다면 대법원은 사법부 최후 보루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방탄 로펌'이자 정권의 '무료 변호인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이 '누구도 자신의 재판관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짓밟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배경에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안 의원은 "손 후보자가 부적절하다면 당론으로 국회에서 부결시키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이탈표로 가결됐던 일을 거론하며 "체포동의안 가결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이 대통령이라면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법관 임명동의안 역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완전히 갈라선 친청계의 이탈표가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조차 믿지 못해 국회 표결을 피하는 대통령, 이보다 더 명백한 레임덕의 신호탄이 어디 있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