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지명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젊은 경제사령탑'이었다.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는 동시에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정평이 나있고 후배들의 신망도 높아 부처 장악력이 강할 것이란 판단도 깔렸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경제정책의 실질적인 지휘권을 청와대 정책실이 틀어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란 등 책임론이 제기됐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개각에서 유임됐다는 점에서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옛 기획재정부와 재경부를 통틀어 현직 차관이 다른 보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관에 오른 것은 2006년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 이후 20년 만이다. 기수 서열로도 이례적이다. 이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35회)보다 후배다. 일각에서 부처 간 정책 조율을 하기에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실장은 행정고시 30회로 이 후보자의 6기수 선배다. 게다가 이 후보자와 김 정책실장은 2020~2021년 기획재정부에서 상하관계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당시 기재부 1차관이던 김 실장 아래에서 이 후보자는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로 그를 보좌했다. 이런 관계는 현 정부 들어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한 경제부처 소속 고위공무원은 "이 후보자가 직속 상사인 구윤철 부총리와 별도로 김 실장이 주재하는 회의 자리에 참석해 보고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가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소외되는 정황은 이번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구 부총리는 전날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하던 중 자신의 교체 소식을 접하고 한때 일정을 취소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과의 양자 면담 일정 등이 예정돼 있었다. 결국 구 부총리가 1시간 만에 취소를 번복하고 예정대로 출국했지만 구 부총리가 정부 경제팀 교체 결정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전달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행정부 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정책 컨트롤은 청와대가 하고 정치적 책임은 각 부처 장관이 지는 구조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진영을 막론하고 김 실장의 유임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꼬리 자르기 개각"이라고 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정책의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책임 문제도 있을 텐데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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