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2단지 재건축 사업과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사진=뉴스1


공사비 3조8000억원, 서울 양천구 목동12단지와 성동구 성수2지구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서 경쟁 입찰이 무산됐다.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 단독 입찰하는 조용한 수주전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정비사업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목동 신시가지 12단지 재건축 조합과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각각 GS건설과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했다.



목동 12단지 재건축은 공사비 1조8000억원, 성수2지구 재개발은 2조원 규모다. 대규모 공사임에도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 등 리스크를 피해 선별 수주에 뛰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은 2개사 이상이 참여해야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유찰된 경우 2차 입찰을 진행하고 2차 입찰에서도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목동 재건축은 가장 먼저 시공사를 선정한 6단지에 이어 10단지에도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한 바 있다. 12단지에 GS건설이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해 3개 단지가 연달아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성수지구 재건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돌입한 성수1지구는 지난 4월 DL이앤씨가 단독 입찰로 시공권을 차지했다. 최근 3지구는 1·2차 입찰에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하면서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 성수2지구 재개발 입찰에는 DL이앤씨가 보증금과 공사비·설계·금융 조건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제안했고 경쟁사는 나오지 않았다. 성수2지구 조합 관계자는 "2차 입찰이 남은 만큼 경쟁력을 갖춘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정비사업 88% 유찰…정부, 재입찰 기간 단축 추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10대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한 정비사업 25곳 중에 경쟁 입찰이 나타난 곳은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성수 4지구 등 3곳에 그쳤다. 나머지 22곳(88%)은 경쟁 없이 시공사가 결정됐다.

목동과 성수를 넘어 강북에서도 특정 건설사가 단독입찰하는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오는 11월 시공사 총회를 여는 미아2구역은 공사비 약 1조7800억원 규모로 삼성물산 단독입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입찰 모집부터 조합원 선호와 경쟁사 움직임 등을 검토해 경쟁 구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본입찰 전에 빠지는 경우 대다수"라며 "입찰보증금뿐 아니라 특화설계와 금융조건, 홍보와 영업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목표 사업을 선별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정비사업 단독 응찰 시 재입찰 절차를 간소화하고 입찰보증금의 보증서 납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찰로 시공사 선정이 수개월씩 늦어지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1일 정비사업 정책설명회를 열고 후속 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금은 2차 현장설명회 후 20일이 지나 입찰을 마감할 수 있는데, 재입찰 절차가 간소화되면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공사비 인상과 조합의 추가 분담금 등 계약 시점, 실제 공사 시점에서 비용 차이가 나고 있어 시공사와 조합의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