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삼성전자·LG전자 로고. /그래픽=챗GPT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다른 전략을 앞세워 냉각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인수를 통해 사업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자사 플랫폼과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기술 고도화와 인재 확보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올해 314억달러(약 43조원)에서 2033년 1283억달러(약 176조원)로 연평균 2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북미 빅테크들의 AIDC 투자가 급증하며 핵심 인프라인 냉각설비 수요도 늘 것으로 보인다.



AIDC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서버 랙에 고밀도로 집적돼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랙당 전력 소비와 발열량이 크다. 냉각설비가 열을 적정 수준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GPU 연산 성능이 저하되고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AIDC 발열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찬 공기로 서버실을 식히는 기존 공랭식만으로는 발열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공랭과 액체냉각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설비 도입과 기존 냉각 인프라 교체·개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DC 냉각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가정·상업용 개별공조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데이터센터·산업시설용 중앙공조로 단숨에 확장했다. 플랙트그룹은 100년 이상 업력을 쌓은 유럽 최대 중앙공조 전문기업이다. 전 세계 14곳에 생산거점을 두고 유럽·미주·중동·아시아에서 판매·서비스망을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공기·액체냉각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의 중앙공조 기술과 스마트싱스 프로·b.IoT 등 자사의 AI 기반 통합제어 플랫폼을 결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건물 내 기기와 설비를 클라우드로 연결해 제어하는 서비스다. b.IoT는 냉각 설비 등의 가동 상태와 에너지 사용량을 통합 관리해 운전 효율을 높인다. 삼성전자는 이를 플랙트그룹의 공조 시스템과 결합해 냉각장비 공급을 넘어 설비 운영·에너지 절감까지 지원하는 통합 설루션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기반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도 푸네에 연간 최대 6500대의 공조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라인을 준공했다. 이어 광주사업장에 2400억원을 투자해 플랙트 신규 생산라인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라인은 2028년 초 가동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의 15번째 생산시설이자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10여년 동안 국내외 데이터센터에 냉각 설루션을 공급하며 축적한 공조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칠러 기술에 자체 개발한 냉각수분배장치(CDU)와 콜드 플레이트를 더해 냉각 전 과정을 아우르는 '칩 투 칠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콜드 플레이트가 GPU·CPU 등 칩의 열을 흡수하면 CDU가 데워진 냉각수를 회수·순환시키고 이를 칠러가 다시 차갑게 만드는 구조다.

LG전자는 자체 개발 제품으로 글로벌 인증도 확보했다. LG전자가 개발한 600㎾급 CDU는 지난 7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LG전자는 온도 제어 정밀도를 ±0.25도 수준으로 구현하고 제품 안정성을 강화했다. 향후 1㎿·2.5㎿·4㎿급 대용량 CDU로 제품군을 넓히고 엔비디아 인증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했다. 류 CEO는 박사급 연구자와 빅테크·스타트업 연구개발 인력 100여명에게 AIDC 냉각설루션 등 미래 사업 비전을 소개하고 "미래를 바꾸는 것은 인재"라며 합류를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AIDC 확산으로 냉각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LG전자 역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