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시작으로 LCC 간 합병과 브랜드 재편이 잇따르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8월30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사진=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시작으로 저비용항공사(LCC) 간 합병과 브랜드 재편이 잇따르면서 국내 항공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대형사들이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독립 LCC들도 차별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시장 재편에 따라 가격과 노선 등 소비자 편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월17일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항공사로 공식 출범한다. 양사는 지난달 12일 각각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승인하고 통합 운항증명(AOC)과 해외 항공당국의 운항 인허가 등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은 연간 매출 23조원 항공기 230여대, 임직원 2만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10위권, 아태 지역 1위 메가캐리어로 도약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계열 LCC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합병을 추진한다. 3사는 지난달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계약을 체결했으며 2027년 3월17일 '통합 진에어'로 출범할 계획이다. 노선과 기단, 인적 역량을 하나로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LCC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그룹의 국내 항공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독립 LCC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일 트리니티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운항에 나선다. 새 전략으로는 장·단거리 노선 특성과 여행 목적 등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SC(선택적서비스항공사)를 제시했다. FSC와 LCC로 양분된 기존 항공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8월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여객기. /사진=뉴스1


LCC들의 추가 인수합병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이 타 항공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재무 여력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애경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진에어가 등장하면 제주항공이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게 돼 군소 항공사 인수에 눈을 돌릴 수 있다"면서도 "현재 자금력을 고려하면 의지가 있더라도 실제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시장의 재편은 소비자 편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노선과 기단,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복되는 노선과 조직을 정리하고 기재 활용도를 높이면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거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가 할인 등 소비자들이 누려온 운임 혜택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LCC가 일본·동남아 등 한정된 인기 노선에 집중하며 벌어진 출혈 경쟁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대신 중복 노선 조정과 기재 재배치로 취항지가 다변화되면서 소비자의 노선 선택지는 넓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많은 LCC가 동일한 노선에 몰리면서 제 살 깎기식 가격 경쟁을 벌여왔는데 시장 재편으로 이런 현상은 완화될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가 커지면 항공사들도 노선을 효율화하고 다변화할 수 있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노선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