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을 현행처럼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민심 이반이 2028년 총선에 미칠 파장 등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의 우려가 이어진 끝에 나온 결정이란 점에서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3일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29일 만에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안(공시가격 기준 9억원)과 세부담 상한 인상안(200%)을 전면 철회하고 현행 수준(12억원·150%)으로 원상복구한 것이다.



수정안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12억원을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으로 종부세를 낸다. 실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는 원안대로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진다. 거주와 비거주의 공제액 격차를 원안의 5억원에서 2억원으로 좁히면서도 '실거주 우대' 골격은 남긴 절충안이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공제도 조정했다. 비거주 부부는 각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려 합계 12억원으로 맞췼고 거주 부부는 현행 각 9억원을 유지한다.

정부는 그간 '실거주 원칙'을 앞세워 실거주 공제는 높이고 비거주 공제는 낮추는 방향으로 차등을 뒀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이후 이사가 잦고 전세가 보편화한 주거 현실에서 비거주자에게 가혹한 세 부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한 달도 채 안 돼 원안을 되돌린 배경엔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여당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1년7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이른바 '한강벨트'를 비롯한 수도권 표심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은 원안 발표 사흘 뒤인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서울 지역구 의원 9명과 서울시의원 27명이 참석한 부동산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뒤 기자들에게 "세제 개편안 중 비거주 1주택자 (보유세 강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 그 부분에 관심을 갖고 집중 점검해보자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엔 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제기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 공제 축소와 세부담 상한 인상은 깊이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급선회했지만 '정책 신뢰'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간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는 한국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핵심 원인으로 정책 변동성을 꼽았다. 정권이 바뀔 때는 물론 같은 정권 안에서도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다 보니 시장이 아예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영임 개혁연구원 원장직무대행(부원장)은 이날 [시대]에 "OECD가 2004년 이후 한국 정부에 반복해서 요구한 것은 특정 규제의 강화나 완화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었다"며 "또 OECD는 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매년 내는 보유세보다 집을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에 편중돼 세제 구성 자체가 왜곡됐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정책이 왔다갔다 하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정책 변화겠지만 시장에선 종부세보다도 양도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당초 보유세 개편 방향은 타당하고 대상도 극소수라는 반론이 맞선다.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보유세를 인상해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양도세를 조정해 세금 감면을 줄이면 시장의 자정 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정부 세제 개편안이 겨냥한 대상은 전체 부동산 시장의 상위 0.4% 내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안을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여당 내에서도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남아 있어 정기국회 심사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