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인근에서 삼성전자 DX 부문 동행노조 조합원들이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 요구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N% 성과급' 요구를 파업 등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이나 이전, 인공지능(AI) 도입도 마찬가지다. 사업경영상 결정은 의무교섭이나 파업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회사 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더라도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노동쟁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지침은 앞으로 단체교섭·쟁의행위·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정부의 처리 기준이 된다.



노동부는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N% 성과급'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기업이익은 연구개발(R&D)·설비투자·배당 등 다양한 경영 판단의 재원이라는 것이다. 기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먼저 배분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영업의 자유'가 갖는 본질적 내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노동부는 공장 신설·이전이나 사업 매각·인수, AI 등 신기술 도입 같은 결정도 그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지침은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다. 이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6월30일 발표된 4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공장 2기 신설 계획을 두고 인력 재배치 문제를 이유로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영업이익 연동 'N% 성과급' 요구까지 겹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노동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애초 시행령 정비를 주문했지만 노동부는 시행지침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 노란봉투법에 쟁의 범위를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조항이 없어 위헌·월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사진=유충현 기자


다만 시행지침은 법규명령이 아닌 행정규칙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는 대외적 효력은 없다.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국민이나 법원에는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확립된 대법원 판례다. 노동부는 대신 노동쟁의 조정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노조에 요구안을 합리적으로 바꾸라고 권고하도록 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 부분은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노동부 입장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번 시행지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사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노조법을 위배하는 사용자 편향 지침"이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지침을 근거로 한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고소, 교섭응낙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도 비판적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공장 신설, 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이 노동쟁의 대상이 되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에 따른 배치전환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경총은 경영성과급 기준에 대해서도 "경영성과급이 어떤 경우에 임금 등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를 밝히지 않아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까 우려된다"며 법률상 노동쟁의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