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좌석형 버스의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광역 이동권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저상버스 보급 확대만으로는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어렵다며 버스 정류장과 도로 등 주변 인프라부터 차량의 안전장치, 운행·관리 체계까지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상현·유의동·정희용·최보윤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호·복기왕·서미화·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동은 권리다: 2027 저상좌석버스 도입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광역버스와 직행좌석버스의 대·폐차 시 저상좌석버스 도입이 본격 시행된다.
저상버스는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의 승하차 편의를 높이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보급률은 44.4%로 전년(39.9%)보다 5.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여전히 전체 시내버스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조사에서 교통약자는 전체 인구의 31.5%인 1613만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달 24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장애인 이동·노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발표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했다. 다만 저상버스 100% 도입 등을 요구하며 버스 탑승 시위는 이어가기로 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에는 저상좌석버스 탑승 체험이 진행됐다.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탑승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창문이 내려와 있어 시야가 잘 보이고 안전 버튼과 정차벨, 적절한 높이에 손잡이까지 잘 마련돼 있다"고 호평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단순히 휠체어가 탈 수 있는 버스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실제 이용 경험을 반영해 승강 설비의 작동 시간, 휠체어 이동·회전 공간과 고정장치, 장애 유형별 안내정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류장 구조 등 승하차를 가로막는 외부 환경도 함께 개선해 출발부터 도착까지 이동의 전 과정이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권신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휠체어 탑승객의 버스 정류장 이동을 위한 도로, 보도 인프라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버스정류장 내 휠체어 탑승객 대기공간 ▲원활한 경사판 전개를 위한 환경 개선 ▲저상버스 경사판 고장으로 인한 탑승 불가 사례 방지를 위한 검사 제도 ▲운수사업자 유지보수 의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창석 한국지체장애인협의회 편의증진국 국장은 "차량 보급률만으로는 실제 어느 노선과 시간대에 저상버스가 운행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체 노선 대비 운행 비율과 시간대별 배차 현황을 분석해 교통약자가 필요한 노선을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설치 중심의 정책에서 실제 이용 가능성을 보장하는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과 인프라뿐 아니라 다른 승객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 국장은 "운수종사자에게는 실질적 교육과 운영지침을 제공하고 일반승객에게는 휠체어 탑승객의 승·하차 소요 시간 등을 꾸준히 알려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권 문제의 핵심은 저상버스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실제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노선에 따라 휠체어 이용자가 없을 수 있고 모든 노선 도입 시 수요·공급에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예약 시스템을 우선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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