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 현장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 최대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자리를 확보했다. '합산 3%룰'로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가운데 표대결에서 승리하며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 신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주총으로 고려아연 측 9명, 영풍·MBK 측 5명이던 이사회 구도는 12대 7로 재편됐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기 임시주총을 열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 등 3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주총은 오전 10시 개회 예정이었지만 중복 위임장 확인과 일부 주주의 입장이 늦어지면서 10시24분쯤 시작됐다.



이번 주총의 최대 승부처는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이었다. 일반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감사위원을 확보하는 쪽이 이사회 의석을 1석 더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인은 회사 재무·회계,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감독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에서 일반 독립이사 1석보다 전략적 의미도 더 크다.

감사위원에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가 선임됐다. 백 후보 선임안에는 출석 의결권 622만5934주 가운데 509만2815주가 찬성해 찬성률 81.8%를 기록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 박유경 타라기후재단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 선임안은 찬성률 27.9%로 출석 의결권 과반수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은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표심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합산 3%룰'이 적용돼 의결권 제한을 받았다. 이에 양측은 주주 설득에 공을 들였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안건 설명자료를 통해 백인규 후보의 회계·감사 분야 경력을 소개하고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9곳 중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영풍·MBK는 주요 주주인 한화와 LG화학에 주주서한을 보내며 박유경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



제2호 의안인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은 주총 전부터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양측은 표 분산을 최소화하고 2석씩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선임할 이사 수에 맞춰 후보를 냈다. 표결 결과 고려아연 측 이형규·서은숙 후보와 영풍·MBK 측 이준봉·심혜섭 후보가 모두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 백인규 감사위원 선임이 더해지면서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12명과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출석 의결권 기준 찬성률 100%로 가결됐다. 10일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은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3월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지만 영풍·MBK 측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영풍·MBK는 개정 상법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임기가 만료되는 이민호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반대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양측 간 표대결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이사 8명 중 고려아연 측은 5명, 영풍·MBK 측은 3명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은 현 경영진 체제에서 거둔 실적과 프로젝트 크루서블 등 주요 사업의 연속성 확보를 앞세워 주주 지지를 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련 투자 의혹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 강화 필요성을 앞세워 주주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