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가 방문객에게 제품 성분을 설명하자 옆 진열대에 놓인 기능성 화장품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일반 약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기약이나 소화제보다 화장품과 이너뷰티 제품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 홍대 한복판에 들어선 무신사의 새 뷰티 매장은 뷰티숍과 약국의 경계를 허문 공간이었다.
10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무신사 뷰티 홍대'. 약 400평 규모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어진다. 높은 층고와 탁 트인 구조로 개방감을 살렸다. 상품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고객이 자유롭게 둘러보며 제품을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무신사가 홍대 인근에서 '약국을 품은 뷰티 매장'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홍대에 약국을 결합해 집객력을 높이고 신진 K뷰티 브랜드를 체험한 고객을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지하 1층 '뷰티온누리약국'이다. 53평 규모로 약 270개 브랜드, 2000여개 상품을 판매한다. 일반 약국과 달리 화장품 등 뷰티 상품 비중을 90% 수준으로 높였다. 약사 2명 이상이 상주해 처방조제와 복약상담을 제공하고 모발·두피, 여드름·트러블 등 고민별 상품을 따로 구성했다. 브랜드보다 성분·효능을 따져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존 큐레이션에 약사 전문성을 더한 것이다. 다만 약국은 무신사와 별도 사업자인 독립 약국으로 운영되며 의약품 구성과 가격, 판매·결제는 약국이 독립적으로 맡는다.
홍대 상권은 무신사가 첫 단독 매장을 택한 이유를 보여준다. 무신사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홍대 유동인구의 67%가 외국인이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판단이다. 매장 안팎에서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뒤섞여 들렸고 캐리어를 끌고 제품을 살펴보는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신사는 패션 사업에서 확보한 고객을 뷰티로 확장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무신사 회원 수는 1640만명에 이른다. 2026년 1~8월 무신사 뷰티 신규 고객의 83.1%가 무신사에서 패션 등 다른 카테고리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패션·뷰티 연계 가능성을 보여준다.
층별 공간은 이런 전략에 맞춰 꾸몄다. 1층에는 메이크업과 향수, 컬러렌즈 등을 배치했고 2층에는 스킨케어와 헤어·바디·맨즈·덴탈케어 등을 배치했다. 신규 론칭 브랜드를 소개하는 넥스트 뷰티존과 인기 상품을 보여주는 랭킹존을 마련했다. 입점한 약 600개 뷰티 브랜드 가운데 인디 브랜드 비중은 70%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는 효과를 노린다. 무신사 성수 메가스토어 뷰티존은 지난 4월 오픈 이후 8월까지 거래액이 20% 증가했고 오프라인 입점 이후 무신사 뷰티 브랜드 일평균 거래액은 35% 늘었다. 무신사 뷰티는 오는 11월 성수와 제주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매장을 둘러보던 고객들은 손등에 테스트 제품을 바르거나 향수를 시향하며 브랜드를 비교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들르는 공간이라기보다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보는 전시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김연진 무신사 뷰티 오프라인팀장은 "고객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발견하기 위해 찾아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는 디스커버리 채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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