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도피시키려고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 기소 뒤 열 달 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 등 혐의를 받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모른 채 대사로 임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지시가 내려져 후속 절차가 진행되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이 출국 금지됐다"며 "그 뒤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다. 임명 이후 출국금지 사실이 비로소 관계자들에게 알려져 공유됐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사로 임명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도피 의사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이 범인도피로 기능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사 활동 대부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때문에 대사 부임은 숨거나 잠적하는 통상의 도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대사 임명으로 이 전 장관이 해외로 출국했다는 사정만으로 (소재) 발견이 곤란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된 후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 불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앞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호주 대사 임명에는 수사 지연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이 전 장관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른바 'VIP 격노설' 수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무죄 판결 뒤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행사까지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으로 규정해 처벌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특검팀을 향해 판결에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특검팀은 "판결문을 살펴보고 향후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한 후 법원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