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엉뚱한 대출로 갈아태워도 1차 배상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고, 소비자 과실이 있으면 배상액은 깎인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2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이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대환대출과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길이 열린다. AI가 엉뚱한 대출로 갈아타 손해가 나면 금융회사가 먼저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법률 해석이 나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2차 회의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업무 범위에 대환대출 신청과 정책자금 신청, 채무조정요구권 행사를 추가하는 '마이데이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마이데이터는 그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기능에 머물렀다. 발전방안에 담긴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 57개 사업자가 영업 중이고 누적 고객은 약 1억9000만명(중복 포함), 누적 정보전송은 약 1조6000억건이다. 금융위는 조회에 머물던 기능을 '실행'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AI 금리인하요구권 대리실행 서비스에서 지난 7월 기준 약 16만2000명이 1003억원의 이자 부담을 던 것이 근거다. 대상도 개인에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까지 넓힌다.

사고가 발생할 때의 책임 소재가 문제로 남는다. 김효봉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상 의무의 주체가 금융회사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일차적으로는 AI를 사용했더라도 금소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건 금융회사"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도 근거로 들었다. 외부에서 위탁하거나 제공받은 AI라도 법규 준수 여부는 금융회사가 직접 확인하도록 돼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융회사가 1차 책임을 진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와 개발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가 중요한 정보를 AI에 명확히 알리지 않아 사고가 났다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사에 대해서는 "모델 자체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는데도 개발사가 적절히 테스트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었던 경우"라면 금융회사가 개발사에 구상하는 방식으로 배상 책임을 나눠 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일의적인 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의 과실에 따라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인데 금융회사가 1차적인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근거 조항은 아직 없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은 지난 4월23일 채무조정기구의 재산심사 특례를 담아 개정됐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 내용은 빠져 있다. 금융위는 별도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제출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법 개정 전에도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지켜야 할 기준은 강제력이 제각각이다. 지난 1월22일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은 제2조 4호에서 대출 심사를 고영향 인공지능 영역으로 규정했다. 반면 지난 6월22일 시행된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은 자율규제다. 가이드라인의 7대 원칙 중 '보조수단성'은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을 임직원이 지도록 했는데, AI가 신청까지 실행하는 구조와 어떻게 맞물릴지는 아직 기준이 없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지난 6월18일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AX) 현장 간담회에서 업종 분류부터 AI의 책임과 권한까지 규율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하반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선안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