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을 막겠다며 예고한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주요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은 현행 제도 아래 모두 끝났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양종희 KB금융 현 회장은 최종 후보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부문장은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인선은 이보다 앞서 끝났다.
이억원 위원장은 지난해 9월15일 취임한 뒤 '생산적 금융'을 핵심 과제로 내세워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켰다. 반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1년 내내 제자리에 머물렀다.
개선안 논의는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하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당국은 3월 정기주총 전에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발표는 반복해서 미뤄졌다. 금융위는 지난 3월12일로 잡았던 발표 일정을 취소했고 7월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7월 중 확정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지난 7월 말에는 이 위원장 주재로 8대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열기로 했던 간담회마저 잠정 취소됐다. 공개된 일정만 세어도 연기는 다섯 차례를 넘는다.
국회도 "전달받은 것 없다"
국회도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실은 최종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점을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 5건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심사 안건에는 오르지 못했다. 정부가 별도 법안을 제출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지연의 배경에는 규제 수위를 둘러싼 이견이 있다. 금융위는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3연임 자체를 법으로 막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면서 논의가 길어졌다.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데 따른 위헌 소지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정은 대신 회추위 문턱을 높이는 우회로를 검토했다. 현직 회장이 연임하려면 독립이사 75% 이상, 3연임이면 100%의 동의를 받아야 주총 안건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CEO 임기나 인사를 통제하려 하면 관치 논란만 부른다"며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상시 승계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시장과 주주가 견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지침 발표가 늦어질수록 연말 인사를 앞둔 금융지주들이 경영 공백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연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찬성률은 각각 88%, 99.3%였다.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2를 넘는 수치로 요건을 높여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이 짚은 '셀프연임'
제도 공백의 비용은 이미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1월14일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2023년 12월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형식적으로만 이행되거나 운영 단계에서 편법적으로 우회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참호구축으로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실질적 검증 기능이 약해져 잦은 셀프연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함께 제시한 지적사례는 구체적이다. 한 지주회사는 후보군 선정 직전에 이사의 재임가능 연령을 만 70세로 정한 내부규범을 현 회장에게 유리하게 바꾼 뒤 연임을 결정했다. 다른 지주회사는 후보 서류 접수기간이 달력상으로는 15일이지만 영업일 기준으로는 5일에 그쳤다. 사외이사 평가에서 대상자 전원에게 재선임 기준인 우수 이상 등급을 준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를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범관행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여서 개선안이 법 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나오면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연말에는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개선안이 연내 발표되더라도 적용 시점이 내년 이후로 밀리면 이번 인사 역시 현행 제도 아래 이뤄진다.
금감원이 함께 제시한 지적사례는 구체적이다. 한 지주회사는 후보군 선정 직전에 이사의 재임가능 연령을 만 70세로 정한 내부규범을 현 회장에게 유리하게 바꾼 뒤 연임을 결정했다. 다른 지주회사는 후보 서류 접수기간이 달력상으로는 15일이지만 영업일 기준으로는 5일에 그쳤다. 사외이사 평가에서 대상자 전원에게 재선임 기준인 우수 이상 등급을 준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를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범관행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여서 개선안이 법 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나오면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연말에는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개선안이 연내 발표되더라도 적용 시점이 내년 이후로 밀리면 이번 인사 역시 현행 제도 아래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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