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수출물가가 원/달러 환율이 내린 영향으로 한 달 만에 3.7% 내렸다. 다만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올라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가격 상승세 자체는 유지됐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8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2020년=100)는 183.23으로 전월보다 3.7%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2.4% 높은 수준이다.
하락의 배경에는 환율이 있다. 원/달러 환율 월평균값은 지난 7월 1497.43원에서 8월 1406.30원으로 6.1% 내렸다. 수출입물가지수는 계약가격을 원화로 환산해 작성하기 때문에 계약통화 기준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 기준 지수는 내려간다. 실제로 8월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2.2%, 전년 동월보다 41.0%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이 화학제품(-5.3%)과 1차 금속제품(-4.9%)을 중심으로 3.7%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오른 석탄 및 석유제품만 0.3%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3.1% 내렸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13.2% 높다. D램은 전월보다 3.4% 하락한 반면 1년 전보다는 253.4% 올랐고 플래시메모리도 250.6% 상승했다.
정재훈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물가통계팀 과장은 백브리핑에서 "8월 반도체 수출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는 하락했지만 환율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상승했다"며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유지되면서 수출 가격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기준 지표만 보고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수입물가지수는 156.31로 전월보다 2.4%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6% 상승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이 배럴당 76.75달러에서 88.75달러로 15.6% 올랐지만 환율 하락이 이를 상쇄했다. 용도별로는 원재료가 광산품(2.1%)을 중심으로 1.5% 올랐고 중간재는 4.0% 내렸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4.2%, 4.4% 하락했다.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3.2% 상승했다.
물량 지표도 반도체가 주도했다. 8월 수출물량지수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화학제품이 늘면서 전년 동월보다 25.9% 상승했고 수출금액지수는 75.8% 올랐다. 수입물량지수와 수입금액지수는 각각 12.0%, 23.1% 상승했다. 무역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작성하며 가격 조사가 어려운 선박·무기류·항공기·예술품은 집계에서 빠진다.
교역조건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9.90으로 전년 동월보다 27.1% 상승했다. 수출 1단위로 사올 수 있는 수입품 양이 1년 전보다 27.1% 늘었다는 뜻이다. 수출물량지수(25.9%)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84.02로 60.0% 올랐다. 한은은 대외 구매력을 가늠하는 두 지수의 상승률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교역조건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중동 정세다. 정 과장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3.7% 내린 반면 국제유가는 23.8% 올라 "상하방 요인이 혼재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년 동월 대비로는 유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돼 9월 수입물가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8월 지수는 잠정치로 다음 달 지수를 공표할 때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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