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범여권 내부의 비판을 두고 2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소환했다. 최근의 여권 내홍을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해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민티07'에 출연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 대통령 비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초기를 거론하며 "안팎의 세력들이 힘을 합쳐 탄핵을 시도하려던 시기의 전조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도 "이런 기회를 이용해 내부를 흔들려는 생각이 있다면 자제해주길 바란다"며 "여야 간에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불필요하게 편을 가르는 일은 지양하자"고 강조했다.
2004년 탄핵 사태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새천년민주당 내에서 친노 성향의 신주류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가 당의 진로와 주도권을 둘러싸고 격렬히 충돌하면서 비롯됐다. 이 갈등은 2003년 9월 신당파 의원 37명의 집단 탈당으로 이어졌고 노 전 대통령도 같은 달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와 현재 모두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았다는 점도 유사한 대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7~11일 전국 18세 이상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8%, 부정 평가는 63.3%로 집계됐다. 노 전 대통령도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4년 2월16일 미디어리서치가 KBS 의뢰로 실시한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전화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 34.3%, 부정 평가 59.8%를 기록했다.

두 대통령 모두 기존 정치권의 주류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모두 비주류 출신"이라며 "주인의식을 가진 기존 주류 세력이 존재한다고 볼 때, 그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약자와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크다"며 "김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거론한 것 역시 이러한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지율이 떨어진 이 대통령을 '안팎의 공격을 받는 피해자'로 규정하면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 대신 '누가 대통령을 흔들고 있는가'가 핵심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심리적 내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3년 분당 이후 친노계와 동교동계의 갈등은 정치적 적대 관계로 치달았다. 새천년민주당은 이듬해 3월 한나라당 등과 손잡고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열린우리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맞섰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오히려 지금이 더 악화된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진영 내부에서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흔드는 양상은 드물었고, 이른바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프레임 속에서 민심 이반으로 국정이 위축됐던 측면이 컸다"고 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일부 세력이 내부를 흔들며 총선을 앞두고 지분 챙기기 싸움에 몰두하는 양상"이라며 "민주 정부 4기의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어려운 시국 속에서 국정이 흔들리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때가 아니라, 하나로 뭉쳐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혼신을 다해야 할 시기"라며 당 내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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