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 언론의 역할이 정보 전달에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문턱을 크게 낮춘 만큼 속도와 규모보다 검증과 숙의, 신뢰가 언론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대] 신문 발행 설명회에서 'AI 저널리즘과 시대의 도전'을 주제로 발표하며 "정보는 무한해졌고 신뢰는 희소해졌다"며 "언론의 존재 이유가 정보 전달에서 정보 판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미디어 환경에 가져온 변화로 ▲검색의 답변화 ▲콘텐츠 생산비용 감소 ▲뉴스 소비의 개인화·파편화를 꼽았다. 독자가 검색 결과를 통해 기사 원문에 접근하기보다 AI가 요약한 답변을 소비하는 사례가 늘고, AI를 활용한 콘텐츠가 대량 생산되면서 정보 자체의 희소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은 언론사의 사업 모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교수는 포털과 검색 서비스가 AI 요약·답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언론사로 직접 유입되는 트래픽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얼마나 많은 클릭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신뢰의 관계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클릭 경쟁이라는 잘못된 게임에서 벗어나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고 언론의 본질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경쟁력이 속도가 아닌 책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는 그럴듯한 문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책임은 만들지 못한다"며 "신뢰야말로 지금 가장 큰 미개척 시장이자 언론사의 핵심 자산"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시대]가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포털 트래픽 의존도를 낮추고 속보 경쟁보다 숙의와 어젠다 제시에 집중하는 전략이 AI 시대 저널리즘이 나아갈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더 느리게 가는 것이 아니라 AI가 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시대]의 출범 자체가 그 명제의 살아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룸의 AI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AI가 취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자가 핵심 질문과 관점을 설정한다. 자료 수집 단계에서는 AI가 출처를 정리하고 기자가 검증을 맡는다. 작성 단계에서는 AI가 초안을 지원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기자가 갖는 방식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언론용 AI 도구 '바이라인(B-AI Line)'을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AI를 이용해 기사를 생성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더 자신 있게 검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정보는 무한해졌고 신뢰는 희소해졌다"며 "모두가 더 빠르게를 외칠 때 [시대]가 더 정확하게를 선택한 것은 AI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을 가장 정확히 읽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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