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인텔과 협력해 미국에서 메모리 칩을 처음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반대가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오랜 기간 계획해온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임대해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그리고 메모리 고객사인 미국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협상은 초기 단계로 결정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촉구하며 제조사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텔은 2022년 280억달러(약 41조원) 이상을 투자해 오하이오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고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첫번째 공장은 2030년, 두 번째 공장은 2031년으로 준공 시점이 미뤄졌다.
미국 정부의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공장 착공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처음 공개적으로 두 회사를 지목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2일에도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검토를 언급하며 "여기(미국)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가(관세)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은 인건비와 시설 건설비가 많이 들어 공급망 대부분이 아시아에 몰려 있다. 미국 내 생산은 생산 비용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나스닥에 입성했고 현재 미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칩 생산을 추진할 유인이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이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웨이퍼 단계의 메모리 칩 자체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 등지에서 만든 D램을 들여와 첨단 HBM으로 가공하는 후공정 시설이다.
로이터는 이번 협상의 변수로 한국 정부를 꼽았다. 소식통들은 아직 D램, 낸드 등 어떤 메모리 칩이 미국에서 생산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첨단 메모리의 미국 내 생산은 기술의 민감성 때문에 한국 정부의 우려를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해외 진출 시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생산 기지 건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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