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패키지로 추진되던 대미투자 협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미외교 셈법이 복잡해졌다. 대미투자가 예정된 시간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미투자 발표 일정 지연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는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이날 국회에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18일 예정된 한미 간 양해각서(MOU) 체결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했다. 당초 파병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조 장관의 방미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조 장관은 방미 기간 미 행정부와 대미투자,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모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이 두 사안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미 경제안보는) 패키지로 움직인다. (이번에는) 호르무즈 파병이 협상 패키지 중 하나로 나왔다"며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은 안보 기여 문제가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미투자 1호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낙점했지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북부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약 1300㎞ 운송하기 위한 가스관을 건설하고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운송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파병을 둘러싼 압박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자신의 SNS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세계의 국가들은 이 사기 같은 전쟁이 모두 끝났을 때 배상해야 하며 배상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측은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 전까지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1월까지 파병하면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 참전으로 비칠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다국적 연합체도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멈춘 뒤에야 본격적인 임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와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전에는 (경제와 안보가) 패키지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됐는데 지금은 그 구도가 완전히 흐트러졌다"며 "이번 한미 외교부 장관 회담에서 파병과 대미투자 모두 한국이 전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