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5석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12석인 조국혁신당이 요구하는 10석과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가 10석이 아닌 15석안을 꺼내든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민주당TV에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거론하며 "취약한 진보 세력의 현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진보 정치 세력의 맏형으로서 진보 연대를 어떻게 실현할지 제시하고 실현해야 하는 단계"라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선거제 개편 등을 제안했다. 기준에 대해서는 "15석 정도가 처음에 하기에는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혁신당은 반발했다. 정춘생 혁신당 사무총장은 [시대]에 "과거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14석안은 상임위원회 수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라도 가능했지만 15석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다"며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도 10석이 결코 낮은 기준은 아니다. 정치적 다원성과 다양성이 민심 그대로 국회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문턱을 낮추자는 논의 자체는 새롭지 않다. 2000년 4·13 총선에서 17석에 그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자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은 기준을 10석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에도 10석·15석·5석 등 완화안이 거듭 발의됐지만 기준은 1973년 제9대 국회 이후 20석에 묶여 있다.

김 대표가 15석을 제안한 첫 번째 이유는 범여권 소수정당 가운데 혁신당 한 곳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석 기준에서는 진보당 4석과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각 1석이 여전히 교섭단체 밖에 남고 혁신당으로서는 이들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릴 유인도 줄어든다. 반면 15석이면 혁신당도 다른 소수정당과 손잡아야 해 나머지 정당에도 협상 테이블에 들어올 기회가 열린다.



다만 여러 소수정당이 모여 만든 공동 교섭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사무총장은 "과거에도 작은 정당들이 공동 교섭단체를 만든 사례가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당마다 가치와 주요 입법 입장이 다르고 교섭단체 대표·상임위원장 배분도 계속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두 번째는 혁신당 견제의 측면이다. 교섭단체는 국회의장·다른 교섭단체와 국회 운영 일정을 협의하고 상임위원회별 간사를 두는 독립적인 원내 협상 주체다. 정책연구위원 등 국회 지원과 정당 보조금 배분에서도 혜택이 커진다. 혁신당이 독자 교섭단체가 되면 합당이나 선거연대 국면에서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민석 대표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을 굳이 배려해 독자 교섭단체로 만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이 합당하는 것은 협상력 측면에서 굉장히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이미 '자강론'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혁신당 관계자는 "내후년 총선까지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 독자적인 원내 기반과 경쟁력을 키우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온다"며 "소속 의원 모두 비례대표인 상황에서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당의 독자성과 정치적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15석이라는 숫자의 제도적 명분이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교섭단체 기준을 20명에서 15명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6~8대 국회에서 요건이 10명으로 당시 의원 정수의 약 5% 수준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의원 300명의 5%가 정확히 15명이다. 독일 연방의회 역시 전체 의석의 5%를 교섭단체 기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