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약 제도권 도입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품목 허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임신중지약의 제도권 도입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현대약품이 추진해온 '미프지미소' 품목허가 절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허가 여부 자체보다 향후 구축될 처방·유통 체계와 시장 형성 가능성에 쏠린다. 현대약품이 가장 먼저 시장 진입에 나선 가운데 상당수 제약사는 정부의 제도 설계 방향을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임신중지약 도입 논의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본격화됐다. 2021년 1월 관련 형사처벌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지만 후속 입법은 장기간 공백으로 남았다.



현대약품은 같은 해 7월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의 임신중지약 미프지미소에 대한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재신청과 추가 자료 제출이 이어졌지만 보완 요구로 심사가 장기화됐다. 최근 정부가 2027년 1분기 제도권 도입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주목되는 건 경쟁 구도다. 통상 새로운 치료 영역이 열리면 다수 제약사가 기술도입이나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나서며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친다. 임신중지약 분야에서는 현대약품 외에 눈에 띄는 사업화 움직임을 보인 업체를 찾기 어렵다. 사실상 시장 개척자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업계가 시장을 외면한다기보다 사업성을 판단할 제도적 틀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신중지약은 일반 전문의약품(ETC)과 달리 의료·법률적 요소가 함께 얽혀 있어 처방 대상과 주체, 조제 방식, 유통 관리 등에 따라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을 두고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임신중지약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처럼 지속적인 반복 처방이 발생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제도권 편입 자체와 시장 확대 가능성을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혈압약처럼 대형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산부인과 중심 처방 여부와 유통 규제 등 정부 가이드라인을 세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신중지약이라고 해서 시장성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다만 제도 틀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어 다수 회사가 정부 정책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대약품은 가장 앞선 위치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사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동안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온라인 등을 통한 불법 유통으로 여성들이 피해를 입거나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전문가 상담을 거쳐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국내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허가 이후 사업 계획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공급이나 판매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청한 위해성관리계획(RMP) 관련 자료를 추가 제출한 뒤 심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입 초기 의료기관 중심의 관리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중심으로 처방할지 다른 진료과까지 범위를 넓힐지, 약국 조제를 허용할지 등이 주요 변수다. 비급여 여부와 약가 수준도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