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생산거점 확보 여부가 향후 미국 사업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9일부터 한국산 특허 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15% 관세를 적용한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의 높은 해외 생산 의존도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관세를 통해 의약품 생산시설의 미국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104억1000만달러(약 14조1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은 19억3000만달러(약 2조6100억원)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생산지를 당장 미국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약품은 허가받은 제조소와 생산공정을 변경할 경우 추가 검증과 규제기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바이오의약품이나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제조공정 특성상 생산시설 이전이나 위탁생산(CMO) 전환도 쉽지 않다.
톡신을 수출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톡신은 생산공정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어서 제조시설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며 "해외에 생산거점을 새로 마련하거나 CMO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재고 확보가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관세 시행 전에 제품을 미리 선적해 비용 상승 시점을 늦추는 방식이다. 일부 업체들은 미국 판매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며 관세 부과에 대비하고 있다. 재고 축적은 일시적 대응에 불과해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자체 공장을 신설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미국 CMO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품목 수가 적고 생산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기업일수록 직접 투자보다 위탁생산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가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국내 제약사의 미국 사업 전략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직접 생산·판매하는 모델보다 기술수출 중심 전략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은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주로 활용해 왔다. 미국 시장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려면 임상과 허가 이후 영업망 구축, 마케팅, 생산시설 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자체 상업화 전략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해 왔다"며 "관세로 미국 직접 진출 비용이 커진다면 기술수출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 신약으로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데 또 다른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 영향권이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미국 정부는 1년 안에 추가 수입 규제 필요성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미국의 의약품 생산 자국화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수출 중심 전략에서 현지 생산과 공급망 확보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 재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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