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는 생산부터 집유·유통까지 단계별로 원유의 품질을 검사하고 기준에 미달한 원유는 전량 폐기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그래픽=챗GPT


해외에서 원유에 물을 섞어 납품량까지 조작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원유 관리체계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생산 단계부터 농가별 시료를 별도로 확보하고 집유·유통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검사를 거쳐 부적합 원유를 전량 폐기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원인 농가까지 역추적하는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원유 품질 조작이 발생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폴란드 공영방송 라디오 포즈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즈난 지방검찰은 지난해 3월 우유 납품 과정에서 원유에 물을 섞거나 실제 수거량보다 적게 기록한 혐의로 낙농가와 집유차 운전기사, 검사실 직원 등 79명을 기소했다. 원유 공급망 전반에 걸친 조직적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지에서 파장이 일었다. 수입 멸균우유의 90% 이상이 폴란드산인 만큼 국내에서도 우유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업계는 국내에서는 같은 방식의 품질 조작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부터 집유, 운송, 검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관리체계가 작동하고 있고, 기준에 미달한 원유는 유통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모두 걸러지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관리체계의 핵심은 추적 가능성이다. 집유 전 농가별로 원유 시료를 채취해 별도로 보관하고 색깔과 냄새 등 외관 상태를 확인한다. 이어 세균수와 체세포수 등을 측정해 위생등급을 평가한다. 확보한 시료는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 농가를 특정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집유·운송 과정에서는 원유를 5℃ 이하로 유지해 품질 변화를 최소화한다.

집유장에 도착한 원유는 다시 한 번 검사를 받는다. 집유차량별로 잔류물질 정성검사를 실시해 세균발육억제물질과 동물용의약품 등의 잔류 여부를 확인한다. 정부도 국가 잔류물질 검사 체계를 통해 별도 점검을 한다. 원유 수거 과정은 품질 수준에 따라 농가를 구분해 운영하는 '분리 집유' 방식으로 이뤄져 서로 다른 품질의 원유가 섞이는 것을 방지한다.



국내에서는 기준에 미달한 원유를 정상 원유와 섞어 품질 기준을 맞추는 방식도 허용되지 않는다. 검사 과정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해당 원유는 전량 폐기된다. 여러 농가의 원유가 하나의 저장탱크에 합쳐진 뒤 문제가 발견돼도 예외는 없다. 보관 중인 농가별 시료를 재검사해 원인 농가를 특정하고 추가 조사와 위생 관리를 진행한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세균수와 체세포수, 성분은 물론 잔류물질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기준에 미달한 원유는 전량 폐기하는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다"며 "원유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관리체계가 국산 우유의 품질과 신선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