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3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명분은 있지만 정작 얼마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실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빈껍데기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행 시기를 포함한 제도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득세법에 따라 2027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된다. 연간 소득 중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은 22%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과세는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는 예정대로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원칙과 다른 소득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추가 유예를 반복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재정경제부는 "현행법대로 내년 1월 과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과세 유예와 함께 더 나아가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과세를 위한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친 거래의 취득가액과 손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현행 제도로는 제대로 된 과세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디지털자산 과세는 국내 거래 위축과 자금 해외 이탈로 세수 증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아직 디지털자산 과세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으며 유예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2030년으로 3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의 김상훈 의원은 2029년까지 2년 추가 유예하는 법안을 냈다. 송언석 의원은 과세 근거 자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구체적인 입법 방향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논의가 정작 산업 이슈가 아닌 정치쟁점 이슈로 변질돼 버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년과 중년층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활발한 만큼 투자자 이해관계와 정치권의 입법 행보가 맞물리며 정치적 대립을 위한 빌미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이달 동의자 5만명을 넘겨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5월에도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논의 대상으로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제도만으로는 실제 집행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세를 시행하기에 앞서 제도적 빈틈을 먼저 메워야한다는 의견이다.
김재진 DAXA 상임부의장은 "취득가액 산정·검증 인프라와 거주자·비거주자 판정, 원천징수 체계, 해외 사업자 정보 접근 실효성,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등이 해소돼야 현실적인 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실제 과세가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세 제도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과세 공백을 해소하고 과세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과세 대상과 과세 방식, 과세 시기 등을 소득 유형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행법을 그대로 둘 경우 내년 1월부터 과세가 시작되는 만큼 연말 세법 심사 과정에서 시행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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