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 면발이 자동화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고현솔 기자


밀가루 반죽이 얇게 펴지더니 순식간에 꼬불꼬불한 면발로 바뀌었다. 길게 이어진 면발은 일정한 길이로 잘려 쉴 새 없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다. 반죽부터 포장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생산라인에서는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라면이 만들어졌다. 세계인의 식탁을 공략하기 위해 농심이 새롭게 구축한 수출 전진기지의 모습이다.

지난 5일 방문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새로 들어선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는 수출용 라면 생산이 한창이었다. 지난달 29일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기존 녹산공장 부지에 연면적 4만8178㎡(1만4574평),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됐다. 3개 생산라인(봉지면 2개, 용기면 1개)이 먼저 가동됐으며 향후 수요 증가에 맞춰 최대 8개 라인까지 가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봉지면부터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등 용기면까지 다양한 수출용 라면을 생산한다. 분당 최대 600개의 봉지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초고속 라인을 갖췄으며 초기 연간 생산능력은 5억개에 달한다.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수출용 신라면이 생산되고 있다./농심


생산공정 전반에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설비를 도입했다. 원료 투입부터 면 제조, 포장까지 이어지는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중앙에서 생산할 제품 목록을 입력하면 생산 라인에서 자동으로 세팅이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모터에 열이 나거나 떨림이 있으면 AI가 사전에 감지해 생산 중 갑자기 라인이 정지되는 것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둘러본 현장에서는 여러 기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라면을 만들어냈다. 반죽부터 면을 익히고 건조하는 과정까지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공정을 이어갔다. 만들어진 면발은 스프와 함께 포장 단계로 넘어갔고 검수 단계에 이르자 AI 검사 장비가 불량 제품을 감지해 곧바로 걸러냈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 품목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공장에서는 품목 교체에 약 2시간이 걸렸지만 이곳에서는 30분으로 줄었다. 국가별로 다른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하기 위한 설계다. 봉지면은 10·20·30개 단위로 묶음을 바꿔 포장할 수 있고 용기면은 박스와 6개입 포장이 모두 가능하다.

농심은 이를 바탕으로 유럽·일본·호주 등 주요 시장과 인도·중동·동남아 등 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신공장의 연간 생산능력 5억개에 기존 부산·구미공장의 수출용 생산능력 7억개를 더하면 국내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12억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미국·중국 현지 공장(17억개)과 내수용(33억개)을 합치면 농심의 연간 라면 생산능력은 최대 62억개로 늘어난다. 전 세계 인구(약 83억명) 10명 중 7명에게 매년 라면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농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인 '비전 2030'을 뒷받침할 핵심 생산 거점이다.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40.2%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농심은 늘어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판매 제품과 유통망을 확대한다. 제품 측면에서는 국물 없는 '비국물면'을 새 성장축으로 삼았다.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 라인업을 넓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로제에 이은 볶음면 신제품을 이르면 내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다른 제품의 해외 판매도 늘린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신라면 오리지널이 여전히 핵심 제품이자 가장 큰 매출원이다. 해외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신라면의 맛과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짜파게티는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너구리는 국물 라면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망은 기존 진출국의 판매 채널 확대와 신흥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독일·대만 등에서는 아시아 식품 코너를 넘어 현지 일반 라면 매대로 판매 영역을 확대한다. 인도·중동 등에서는 온라인과 퀵커머스 판매를 강화하고 아프리카·독립국가연합(CIS) 등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마케팅 역시 강화한다. 지 부문장은 "K라면 하면 신라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한 번 맛보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