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전갑생 냉전평화센터장. /사진=SNS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포로의 국내 이송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최근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병사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가운데 한 명이 포로가 되기 직전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았다는 개인적인 일화도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와 시기·경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쟁 포로 문제를 연구해온 전갑생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냉전평화센터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논란을 국가 간 외교적 공방이나 정치적 책임론에만 가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거제 출신으로 한국전쟁과 냉전기 민간인 학살, 국민보도연맹, 포로와 수용소, 포로 송환 문제 등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한국전쟁 전후 국가폭력과 민간인 학살을 비롯해 포로 송환과 거제 포로수용소 문제를 연구해온 만큼 이번 북한군 포로 문제에 대한 그의 지적은 한국전쟁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국제인도법 문제에 맞닿아 있다.

전 센터장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포로를 누가 데려왔느냐보다 포로 자신은 어떻게 보호받았으며 자신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했느냐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공개와 한국 정부의 비공개 대응이 겉으로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포로를 국가의 서사와 정치적 논쟁 속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개냐 비공개냐'보다 중요한 것은 비공개의 근거와 절차 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포로 문제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이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문제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인도법에서 포로 보호는 국가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아니라 포로 개인에게 적용되는 보호 원칙이라는 게 전 센터장의 문제의식이다.

제3제네바협약 제13조는 포로를 폭력과 협박, 모욕뿐만 아니라 '공공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020년 개정 주석에서 이 원칙이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포로의 사진과 영상 등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의 공개 문제와도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 센터장은 포로의 얼굴과 신상, 심문 과정이나 개인적인 사정을 국가나 언론이 정치적·홍보적 목적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포로 가운데 한 명의 자살 시도 사실까지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포로 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국제사회의 정치적 메시지에 편입될 경우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과 존엄이 다시 정치적 목적보다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센터장이 정부에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두 포로가 한국행을 원했다면 그 의사는 어떤 절차를 통해 확인했는가. 그 과정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관여했는가. 포로의 선택은 외부의 압력 없이 자유롭게 확인됐는가.

이는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옳았느냐'는 정치적 판단과는 다른 문제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포로 송환은 단순한 인도적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핵심 쟁점이었다. 전 센터장은 한국전쟁 당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포로 송환정책과 미국의 '자원 송환' 정책 등을 연구해 왔다.

거제는 그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가 운영됐고 수용소를 둘러싼 포로 문제는 전쟁과 냉전, 인권과 국제정치가 충돌한 현장이었다. 포로 문제를 바라보는 전 센터장의 시선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전쟁의 현장에서 포로와 민간인은 국가의 이름으로 분류되고 때로는 적과 아군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된다. 한국전쟁의 민간인 학살과 보도연맹, 포로수용소와 포로 송환을 연구해온 전 센터장은 이번 사건에서도 '국가의 논리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이 개인의 생명과 존엄,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 확인의 절차' 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공개돼야 할 것은 포로의 얼굴이나 개인적 사정이 아니라 포로의 의사를 어떤 절차로 확인했고 어떤 법적·인도적 원칙에 따라 신병을 처리했는지 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신분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개인 정보는 보호해야 한다. 국가 간 협의 내용과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포로를 국가의 성과나 외교적 카드, 정쟁의 소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남는다.
숨겨야 할 것은 사람이고 밝혀야 할 것은 절차다.

전쟁포로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생명과 의사다. 포로는 전리품도, 정쟁의 소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