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협정 관리 주체인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 국방부에 이어 북한의 책임을 공식 확인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을 내세워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국방위원회 담화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김 부장이 나선 것은 이번 사고를 군사 문제가 아닌 정치 사안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사는 30일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장조사 과정에서 MDL(군사분계선) 이남 대한민국 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며 "책임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와 유엔사는 지난 27일부터 현장조사를 벌여 29일 2차 폭발 지점 후방 약 1m에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을 찾아냈다. 반보병지뢰는 북한이 대인지뢰를 부르는 명칭이다. 군 당국은 폭발한 2발과 장병들이 목격한 1발을 더해 최소 4발이 1~2m 거리 안에 매설된 것으로 본다. 사고는 지난 21일 유엔사 요청으로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 지역을 조사하려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일어났다. 두 차례 폭발로 수색대대장 등 장병 3명이 다쳤고 일부는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김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을 향해 경고사격이 아닌 실지사격을 가해온다면 우리 국경부대들은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며 대응행동 지침을 국경선 방어구분대에 하달했다고 위협했다. 사고와 무관한 3군단 21사단 DMZ 방향에는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했다고 했다.
남북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구도는 11년 전과 차이가 있다. 2015년 8월4일 북한군이 MDL 이남에 설치한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크게 다치자 합참은 엿새 뒤인 10일 북한의 도발로 결론 내리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나흘 뒤인 1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내고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강현우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 등 '국경선 요새화'를 두고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기존 남북 간 합의 정신을 해치는 것으로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측의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향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이 나선 것은 청와대의 직접 응답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오늘 담화 핵심은 김여정이 등판한 것"이라며 "실무형 대응 자체를 생략하고 정치적 대응으로 바로 갔다"고 했다. 이어 "총참모부나 국방성이 대응했으면 우리 군과 북한군의 힘겨루기가 되지만 바로 김여정이 나왔다"며 "청와대가 반응하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21사단을 거론한 데는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가장 더딘 지점에 대한 불만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연구원은 "25사단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났는데 21사단을 이야기한 것은 (북한의) 국경화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사단 일대에서는 우리 군의 경고사격 등으로 북한의 요새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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