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한국 내 무기 지원 여론 형성을 기대하고 한 조치라는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사과 요구에 우크라이나가 답하지 않고 있어 양국 갈등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구로구을)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이날 정보위 비공개 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송환 사실을 공개한 배경을 이같이 분석해 보고했다. 유 의원은 "한국 측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 등 여러 지원을 해줄 여론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돼 1년 8개월 만인 이달 중순 국내에 들어왔다. 윤 의원은 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겠다는 확실한 자유의사를 확인받았다"고 했다. 유 의원은 포로 송환 대가성 유무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에게 송환 조건을 내건 것도 없고,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쪽에 어떤 지원도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강한 유감을 표하고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고, 외교부는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아직 공식·비공식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송환을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먼저 요청한 쪽은 우크라이나였다. 러시아 등과의 포로 교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드미트로 리트빈 커뮤니케이션 보좌관은 송환 공개 뒤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쟁점은 정상 간 합의 여부다. 여야 간사 브리핑에서 정상 간 합의는 없었다는 보고 내용이 전해지자 국정원은 별도 입장을 내고 "정상 간 합의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양국 외교장관 간의 통화, 현지 대사관과 우크라이나 외교부 간 협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정원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9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담화를 '로키'(low-key·절제 기조)로 평가했다. 그동안 군부 명의로 내던 담화를 김 부장이 직접 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자작극' 주장은 사고와 북한의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게 국정원 판단이다. 책임은 부인하되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것은 피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육군 25사단 간부 3명이 다친 21일 사고의 원인을 북한군 지뢰로 공식 규정하고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정원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50% 정도로 봤다.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삼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공개 활동은 121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다만 최근에는 무기 시험이나 훈련 참관 같은 자극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