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ODM 사업 전략 비교. 한국콜마는 국내 ODM 생태계 구축과 북미 현지 생산 확대에, 코스맥스는 6개국 생산거점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이 프랑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기초·색조 제품 수출은 올해 2분기 3개월 연속 프랑스를 앞질렀고,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프랑스를 제쳤다. K뷰티가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배경에는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한 ODM(제조자개발생산) 산업이 있다. 한국콜마가 국내 생산 생태계를 구축했고 코스맥스가 이를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하며 K뷰티 성장 공식을 만들었다.

K뷰티 성장 배경에는 브랜드와 제조를 분리한 ODM 구조가 자리한다. 브랜드는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ODM 기업은 제품 개발부터 생산, 품질관리까지 맡는다. 공장과 연구인력이 없는 브랜드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인디 브랜드 성장을 이끌었고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114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ODM 산업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1990년 국내 최초로 ODM 방식을 도입했고 화장품 업계에 제약 수준의 품질관리 체계를 적용했다.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는 원칙 아래 거래 고객사를 약 4800개까지 확대했다. 매출의 5~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600여명의 연구인력을 운영하며 스킨케어와 선케어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지난해 7월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 2공장을 준공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고객사가 제품 개발과 생산보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ODM 모델의 글로벌 확장에 집중했다. 2004년 중국 법인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중국·미국·인도네시아·태국·이탈리아 등 6개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올해 초 인도에 영업거점을 마련하고 2월 이탈리아 ODM 기업 케미노바 지분 51%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생산망을 확대했다. 연말 기준 생산능력은 연간 40억개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신규 거래처는 220곳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K뷰티 ODM의 경쟁력은 세계 어디서든 시장 변화와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있다"며 "글로벌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해 K뷰티의 글로벌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K뷰티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콜마가 국내 ODM 생태계의 기반을 닦았다면 코스맥스는 이를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했다는 분석이다. 두 기업이 구축한 제조 인프라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K뷰티 수출 확대의 토대가 됐다. ODM의 역할도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넘어 연구개발과 생산,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산업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ODM이 화장품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인디 브랜드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콜마와 코스맥스의 기술력과 생산 기반이 인디 브랜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바이오·나노 기술 경쟁력을 제품 개발로 연결한다면 K뷰티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뷰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독자 기술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제품 출시 구조가 계속되면 5년을 버티기 힘들다. 기초연구를 통해 독자 기술을 축적하고 장기간 성장할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K뷰티가 다음 성장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 ODM 생산 역량을 브랜드와 기술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콜마가 구축한 국내 ODM 생태계와 코스맥스의 글로벌 생산망을 기반으로 원천기술과 장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ODM이 만든 K뷰티가 다음 10년에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 경쟁력을 넘어 독자 기술과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