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K팝과 드라마를 넘어 뷰티·푸드·패션·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를 기록했고, 불닭볶음면은 올해 5월 누적 판매량 100억개를 돌파했다. 무신사스토어 명동점의 2분기 외국인 매출 비중은 72.9%에 달한다.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한류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도 63.8%를 기록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화장품과 패션, 음식으로 번지고 있다. 콘텐츠가 첫 구매의 계기를 만들었다면 제품 경쟁력과 유통망은 반복 구매를 이끌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은 이 같은 현상을 'K에브리띵'이라 칭하며 조명했다. 개별 제품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방식 자체를 소비하는 'K라이프스타일'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앞장선 것은 K뷰티다. 한국 화장품 수출은 2024년 처음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넘었고 지난해 114억달러(약 16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랐고 최대 수출시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시작은 K팝 스타의 메이크업과 드라마 속 화장법이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스타의 피부와 메이크업을 따라 하려고 K뷰티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후 독자적인 제형과 기술력, 빠른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이 됐고 호기심에 제품을 샀던 소비자는 반복 구매 고객이 됐다.

CJ올리브영은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부상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현지 1호점을 열고 약 400개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을 선보이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들은 해외 소비자의 일상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온라인에서 쌓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진입했다. 지난 4월 미국 타깃 1500여개점에 입점했고 월마트 약 3000개점으로 판로를 넓혔다. 세포라를 통해서는 유럽 17개국 약 450개점에 진출했다. 에이피알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5273억원)의 80%를 차지했다.



스타를 닮고 싶은 마음은 패션으로 이어졌다. 무신사는 일본과 중국·동남아시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한국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의 착장과 한국 젊은 층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면서 국내 패션 플랫폼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화장품과 패션이 한국인의 외모와 스타일을 소비하는 흐름이라면 K푸드는 관심을 한국인의 식탁으로 이끌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1000만달러(약 14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4.3% 늘며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은 15억2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로 21.9% 늘며 단일 품목 최초로 15억달러를 돌파했다.

K푸드의 해외 진출은 기업이 현지를 공략하는 방식과 소비자가 유행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뉜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비비고를 출범시킨 뒤 한국식 만두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구축하고 치킨·김치·김밥·떡볶이 등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CJ그룹은 KCON 등 K컬처 행사와 비비고를 연계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함께 알렸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SNS에서 퍼진 매운맛 도전 영상이 성장의 계기였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먹고 반응을 공유하자 한국 식품 자체가 온라인 콘텐츠가 됐다. K팝과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을 찾던 소비 경로에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반대 방향의 경로가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 소비가 제품 구매를 넘어 한국식 생활방식을 경험하려는 수요로 확장되고 있다고 본다. 화장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한국 패션과 음식, 여행으로 관심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팝과 K드라마를 좋아하는 해외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등장하는 의상이나 화장법, 음식을 직접 따라 하고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며 "이런 심리가 한국 제품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K뷰티와 K패션이 트렌드와 입소문을 타고 해외 소비자를 확보한 것과 달리 K푸드는 현지 식문화에 뿌리내려야 한다. 라면과 만두 등 일부 인기 품목에 쏠린 수출 구조를 넘어 다양한 한국 음식을 경험할 기회를 넓히는 것이 과제다.

이 교수는 "음식은 입맛이 길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소비재보다 현지 시장에 정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소비자의 트렌드가 다른 연령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과 브랜드 팬덤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