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상호금융권에서 예금이 28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사이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늘었다. 사진은 서울시내 금융사 창구./사진=뉴시스


예금은 빠져나가는데 대출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28조원 가까운 예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는 사이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불어났다. 돈줄은 마르는데 부동산에 쏠린 대출이 연체로 돌아오면서 상호금융의 건전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조합의 6월 말 총수신은 65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조8000억원 줄었다. 농협에서 7조4000억원, 신협에서 5조3000억원이 빠졌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새마을금고 수신도 12조1000억원 감소했다.



돈은 주식시장으로 갔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월부터 8월까지 100조원을 웃돌았고, 코스피는 6월 장중 93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행안부도 새마을금고 예금 감소 이유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꼽았다.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이 줄어든 것도 예금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 상호금융 예탁금은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0%)를 면제받고 농어촌특별세(1.4%)만 냈다. 3000만원을 연 3%로 맡기면 이자 90만원 가운데 은행에선 13만8600원을 세금으로 떼지만 상호금융에선 1만2600원만 냈다. 하지만 올해 가입분부터 이자의 5%, 내년 가입분부터 9% 세율이 붙으면서 '세금 덜 내는' 상호금융의 강점이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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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붙잡으려 금리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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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들은 금리를 올려 대응했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면서 금리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신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9월 초 3.7% 안팎으로, 새마을금고는 3.6~3.7% 수준으로 올랐다. 연 4%대 특판을 내건 조합까지 나타났다.

문제는 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대출은 계속 늘었다는 점이다. 상반기 상호금융조합의 수신이 15조8000억원 줄어드는 동안 총여신은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대출의 3분의 2가량(8조9000억원)은 가계대출이었고, 중심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었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상반기 총대출은 181조8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줄었지만 기업대출이 3조3000억원 감소했고 가계대출은 2조원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이 줄어든 연초에 은행에서 막힌 주담대 수요가 상호금융으로 넘어왔다. 아파트 집단대출도 차례로 나갔다. 농협·신협·새마을금고의 집단대출 잔액은 6월 말 38조1500억원으로 반년 새 3조100억원 불었다. 부동산 쏠림은 상호금융 전반의 문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상호금융 대출에서 부동산·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9%에서 지난해 23.7%로 커졌다. 담보 기준으로 보면 쏠림은 더 크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협·수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농협 대출의 84.7%, 수협 대출의 71.9%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자금을 운용할 대상이 부족한 조합은 비과세 혜택으로 조달된 자금을 고위험·고수익 부동산 자산에 투입해 운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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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쌓이는데 차주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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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쏠린 대출은 부실로 돌아오고 있다. 6월 말 연체율은 상호금융조합 5.39%, 새마을금고 6.34%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0.77%포인트, 1.26%포인트 올랐다. 농협 연체액 21조1000억원의 95.7%가 부동산에서 나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쏠림부터 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6월 감독규정을 고쳐 조합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은 전체의 50%, 부동산 PF 대출은 20% 이내로 묶기로 했다. 대신 지역 주민과 서민 대출을 늘린 조합에는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건전성과 포용성은 상호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견인하는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