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 수출이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성장은 음악 등 일부 장르에 쏠렸고 드라마 제작 발주는 오히려 줄었다. 흥행작의 상품화 권리도 해외 플랫폼이 쥐고 있어 외형만큼 산업 체력이 탄탄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지난 4월 내놓은 '2025년 4분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은 161조4839억원으로 전년보다 2.6% 늘었다. 수출은 5.9% 증가한 149억582만달러(약 20조3600억원)로 집계됐다. 장르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음악(32.4%)과 영화(19.9%), 캐릭터(12.8%)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애니메이션은 7.6%, 출판은 3.1% 줄었다.
음악 수출 증가는 대형 기획사들이 이끌었다. 월드투어와 스타디움 공연을 늘리고 굿즈(MD)와 팬 플랫폼,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으로 수익원을 넓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집계로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은 SM엔터테인먼트가 22.6%, JYP엔터테인먼트가 40%, YG엔터테인먼트가 71.3% 늘었다.
드라마는 사정이 다르다. 해외 시청자는 늘었지만 제작 물량은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암페어 애널리시스 조사에서 한국 TV 시리즈나 영화를 '가끔' 또는 '자주' 본다는 해외 시청자 비율은 2020년 1분기 22%에서 2025년 1분기 35%로 높아졌다. 같은 조사에서 2023년 상반기부터 2년 동안 한국 TV 프로그램 제작 발주는 20% 줄었다. 글로벌 스트리머의 발주는 43%, 대본 기반 작품 발주는 39% 감소했다. 글로벌 스트리머 가운데 발주 물량을 유지한 곳은 넷플릭스뿐이었다.
발주 감소의 배경으로는 제작비 상승과 방송 생태계 위축이 꼽힌다. 회당 평균 제작비는 콘진원 추산 최소 10억원 초중반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20억~30억원 수준이 다수다. 핵심 배우의 출연료 급등이 제작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집계로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3년 123편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115편으로 추정된다.
흥행작의 IP를 해외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 6월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영화에 올랐고 주제곡 '골든'은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상품화 권리는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1억달러(약 1380억원)를 전액 부담하고 제작사 소니에 2500만달러(약 345억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해 8월 낸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서 케데헌 인기로 김밥과 라면 등이 주목받았지만 실제 수익은 미국 플랫폼과 일본 제작사가 올린다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과 '무빙'처럼 OTT가 제작비를 전액 대는 대신 저작권과 부가가치를 모두 가져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50대 라이선서 가운데 미국은 32곳, 일본은 7곳이지만 한국은 한 곳도 없다. 보고서는 원천 IP 부족과 활용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을 원인으로 들었다.
정부도 IP 확보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에 IP 펀드(조성 목표 2000억원)를 편성했고 지난 6월 문체부 600억원과 넥슨 588억원 등을 모아 12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게임을 중심으로 내러티브 IP와 융합콘텐츠 IP 등에 투자한다. 콘진원도 지난달 IP 중심 지원체계 전환을 뼈대로 한 4대 신전략을 발표하고 '한국형 제작위원회'(가칭)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제작사와 플랫폼이 제작비를 함께 부담하고 IP 권리를 나누는 'IP 주권 펀드'를 제안했다.
IP 확보 못지않게 이를 활용할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거래 관계에서 모든 콘텐츠의 IP를 확보하자는 접근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다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같은 경우 제작사, 방송사 등 IP 활용 주체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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