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파이낸스의 '2026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9.2점을 기록하며 세계 1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위에서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100여 개국 1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문화·경제·외교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55개 세부 지표로 점수를 매긴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통한 강제가 아닌 문화·외교적 매력과 설득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미치는 힘을 뜻한다.
한국은 문화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래 성장 잠재력이 6위, 세계가 사랑하는 제품·브랜드와 예술·엔터테인먼트 영향력이 각각 7위, 음식이 10위를 기록했다. 경제 안정성은 20위로 전년보다 두 계단 올랐지만 다른 항목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경제적 신뢰도보다 앞선 셈이다. K팝과 K드라마로 형성된 한국에 대한 호감이 뷰티·푸드 등 생활문화 전반으로 번지면서 소프트파워 순위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K컬처가 국가 위상을 끌어올리는 핵심 자산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콘텐츠로 시작된 관심이 한국 제품 구매와 방한 관광으로 이어지면서 문화가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흐름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K컬처는 정상외교의 주요 의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화·영상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뤼미에르 서밋'을 공동 주재했다. 양국은 2027년부터 5년간 각각 5억유로씩 총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을 선언했다. 자국 영화·영상 산업을 먼저 지원한 뒤 공동투자·제작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상 시장에서 두 나라가 손잡고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넷플릭스·디즈니·소니 등 글로벌 기업과 K콘텐츠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과거 해외에서 기술과 자본을 들여오던 한국이 문화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마주 앉았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 방한 때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데 이어 문화산업 분야에서 구체적인 후속 사업을 내놓았다. 이번 파트너십 출범이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순방에 맞춘 일회성 문화행사를 넘어 지속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문화외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각 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진 문화외교 사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을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공공외교 사업은 18개 부처와 17개 지자체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다.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별 전략이 분산되고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 상대국별로 집중할 협력 분야와 단계별 목표를 담은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관 간 공동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 간 문화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K컬처의 영향력이 콘텐츠를 넘어 뷰티·푸드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협력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상대국 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서로 이익이 되는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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