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케이팝과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의 세계적 흥행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K푸드와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과 방한 관광 수요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사업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K컬처 산업의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그래픽=신다은 기자


AI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목전에 둔 가운데 K컬처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는 공연·굿즈를 넘어 화장품·식품·관광 소비까지 창출하는 만큼 국민소득 7만달러 시대를 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는다. 지식재산권(IP) 확보와 콘텐츠 중심의 기술 투자, 인재 양성이 산업 확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963달러로 전년보다 0.3% 늘었다.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뒤 12년째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정부의 1차 목표는 국민소득 5만달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14일 국무회의에서 잠재성장률 3%, 세계무역 4강, 국민소득 5만달러를 향한 도약을 강조했다. 기존 주력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더해지면 7만달러 시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컬처의 경제적 외연은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관광·푸드·뷰티·패션 등을 포함한 지난해 K컬처 시장 규모가 잠정 274조원, 수출액은 718억달러라고 밝혔다. 수출액은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2030년 목표도 시장 규모 300조원, 수출액 350억달러에서 각각 400조원과 1100억달러로 높였다.

중심에는 K팝이 있다. 올해 상반기 앨범 판매량은 약 5500만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1100만장 늘었다. 연간 판매량은 1억장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한 2억5747만달러로 상반기 역대 최대였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K팝은 연관 산업의 소비도 이끈다. 팬들은 음원과 공연뿐만 아니라 굿즈·패션 상품을 구매한다. 드라마 시청자는 화면에 등장한 음식과 화장품을 찾고 촬영지를 방문한다. 콘텐츠 흥행이 상품 수출과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지난해 수출액은 576억달러로 K컬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화장품 수출은 2024년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 114억달러를 기록했다. K푸드플러스 수출은 지난해 136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70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 '패노메논'도 연계 소비를 겨냥한다. 지난 7월27일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첫 행사는 2027년 12월2~12일 서울아레나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다. K팝 공연과 팬덤 시상식에 푸드·뷰티·패션, 콘텐츠 전시·체험을 결합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총방문객 52만명, 외래관광객 20만명과 약 1조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산업의 체급을 키울 핵심 과제로는 IP 확보와 보호가 꼽힌다. K팝을 소재로 흥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해외 기업이 IP를 보유해 국내 산업의 수익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도록 K컬처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펀드 조성을 통한 '문화금융' 육성도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부실한 제작사들을 걸러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IP를 확장할 자본시장 기반도 과제다. 최승훈 K콘텐츠산업협의회 사무국 간사는 "이제는 강력한 IP를 통해 게임,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으로 뻗어나가는 장르 통합 시대"라며 IP를 저작권자의 권리를 넘어 산업 자원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간사는 "콘텐츠 기업 IPO 심사 규정을 완화하는 등 좋은 IP를 가진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성장하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우수한 IP를 가지고 있어도 해외 제작사 등에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기술 투자와 함께 창작 인재와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산업 확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은 "인간의 창작 활동이 중요한데 기술에만 집중하면 대형 글로벌 기업만 승승장구할 것"이라며 "문화적 창작 활동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창작 회사들에 대해 소홀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