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형 지주사로 전환한 자동차 부품사 DN오토모티브가 납축전지 사업장 안전 문제를 겪고 있다. /사진=DN오토모티브 홈페이지 캡처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음에도 해당 공장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꼼수를 동원해 작업 환경 측정 평가를 통과했다. 노동자 생명, 건강 보호해야 할 기업이 부작용 위험을 숨긴 채 노동자들에게 주사를 맞게 하고 유해 물질 노출을 은폐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동차 배터리 공장의 납 배출 주사 투약 의혹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고용노동부와 수사기관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대상 기업인 DN오토모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연매출 3조원대 제조기업으로 몸집을 불린 이 회사를 두고 외형을 키우는 사이 생산 현장의 노동자 건강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는 납축전지를 만드는 울산공장이다. 회사가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혈액 속 납을 배출시키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안내해 투약했다는 의혹이다. 노조와 제보자들은 최근 5년간 217명이 이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노동부는 이 투약이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했다고 보고 회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달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노동부 울산지청은 앞서 3월23일부터 4월17일까지 울산 1·2공장을 정밀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88건을 적발했다. 68건은 사법처리 절차에 넘겼고 20건에는 과태료 4620만원을 부과했다. 납 노출 기준을 넘긴 설비에는 5월7일까지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안전보건공단 측정에서는 전극판 적재 공정의 납 농도가 기준치의 5배, 스태커 공정은 5.5배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이사회는 감독 착수 17일 전 안전보건경영 계획을 승인했지만 감독에서는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회사의 공식 사과는 대통령의 질타가 나온 뒤에야 나왔다. 김인환 대표이사는 12일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과 임직원분들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회피 없이 엄중히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노·사·정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꾸려진 위원회의 논의 결과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입장문에는 투약 대상과 횟수를 누가 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회사는 그동안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한 적이 없고 의사 처방에 따라 직원이 자율적으로 치료를 선택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예방적 킬레이션을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2009년 영국 에이본오토모티브, 2014년 이탈리아 CF고마에 이어 2022년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올해 1월 독일 헬러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재 지엠티홀딩스를 통해 DN솔루션즈 지분 85.39%를 보유한 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조2670억원, 영업이익은 35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6.8%, 35.0% 늘었다. 논란의 납축전지 매출은 1603억원으로 20.4% 줄었지만 회사는 울산1공장에 약 600억원을 들여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철저히 준수·이행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정부 기관의 조사와 전문가 건강검진, 안전보건진단 등에 적극 협조하고 작업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