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2일 광주 군공항을 방문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군,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과 군공항 임시배치, 산단지정 및 부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계획 등을 점검하고 예상되는 장애요인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력망 구축과 산업용지 확보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비를 가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비용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아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구축 상황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부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 인프라의 차질 없는 확보, 주민 수용성 제고 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현장을 방문해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공사를 먼저 시작하겠다며 조기 착공 의지를 드러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국가산업단지 지정과 개발계획 구체화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예비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일 조사설계에 착수했다. 연내 산업단지계획을 신청해 내년 중순까지 승인받을 계획이다. 조사설계는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 전 부지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단지 설계와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LH는 탄약고 이전 예정지 등 약 63만평의 부지 조성공사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28년 말까지 전력·용수 초기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빨라지는 사업 진행 속도와 달리 인프라 구축 비용 분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1단계 전력망 구축비 1조4000억원 가운데 약 8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특별법은 클러스터 기반시설 조성·운영 비용의 50~100%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8월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 당시 민간 분담금 일부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지원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용지 비용도 기업 부담을 키울 변수로 꼽힌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와 LH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의 평당 조성원가는 약 514만원으로 추산됐다. 2024년 분양된 인근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 산업용지 분양가의 2배가 넘는다. 정부와 LH는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조성원가와 분양가의 차액을 어떻게 메울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망과 용지 모두 정부 지원 범위에 따라 기업 부담액이 달라지는 만큼 비용 분담 기준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망 구축에 포함되는 선로가 접속선로인지 공용선로인지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가 달라지는 만큼 계획을 기업들에게 공유하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전력망도, 용지도 비용 지원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기업들도 투자비를 가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