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경선에서도 종교단체의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당원 수천 명을 동원해 줄 테니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식이다. 지역 경선에서는 수천 표만으로도 당락이 갈릴 수 있어 정치인들이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정치인은 15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 의혹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천지뿐 아니라 여러 종교단체의 조직을 관리하며 정치권과 연결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런 선택을 했고 그 문제가 드러났다. 민주당에서도 과거 이낙연·이재명 대선 경선 당시부터 관련 소문이 알음알음 떠돌았는데 이제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당원 가입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종교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가입 정황과 경선 개입 관련 증언을 확보해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당내 계파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에 출연해 "상당한 정도의 집단적 가입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고 그 외에 상당히 의미 있는 증언들도 축적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입 규모가 3만~5만명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된 것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정치권 개입 의혹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교인들이 조직적으로 입당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정교유착 비리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신천지 지도부가 교인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지시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합수본은 지난 6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정당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7월에는 전직 간부들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민주당에서는 8·17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7월 신천지의 경선 개입 의혹이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김 대표가 이른바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연합' 의혹을 제기하자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김 대표는 당선 이후인 8월24일 친명(친이재명)계 박선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당원정비 TF를 꾸리고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가입과 이중당적 의혹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당이 집단 가입 정황을 공식화하자 친청(친정청래)계는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정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연합이 있다면 발본색원 처벌하고 없다면 반명·분열주의·신천지 공작으로 당을 분열시킨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느닷없이 신천지 관련 기사가 터졌다"며 "누가 무엇을 노리고 흘렸나"라고 유출 경위를 문제 삼았다.
다만 이번 사안을 계파 간 권력 다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은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며 "전당대회 전에 집단으로 입당했다면 어떻게든 경선에서 이기려는 심리와 연결해 볼 수 있지만 평소 지속적으로 가입했다면 종교단체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정치적 배경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크게 3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선 입당 시기와 방식이다. 신천지 교인들이 특정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가입했는지, 오랜 기간에 걸쳐 개별적으로 입당했는지에 따라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지시나 동원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마지막 쟁점은 이중당적 여부다. 헌법이 정당 가입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특정 종교의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입당을 제한할 수는 없다. 다만 정당법 제42조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승낙 없이 정당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와 2개 이상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을 금지한다. 신 교수는 "이중당적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현격히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용주 정치평론가는 "신천지 문제는 특정 계파를 공격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중당적과 정당정치 훼손 가능성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며 "조직적 가입을 통해 정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 지도부는 이번 사안을 정당 개혁과 정치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실제 당원들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부분은 수사를 의뢰해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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