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의 재무부·중앙은행 수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대미 전략투자 집행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재정·통화정책 공조를 강화해 대외 금융충격에 함께 대비하자는 취지다.
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프란시스 브룩 미국 재무부 부장관과 '한미 재무·통화당국 2+2 면담'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등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다. 참석자들은 30분가량 최근 경제 상황과 양국 간 경제·금융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함께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정책 독립성을 중시하는 연준의 의장이 재무부와 나란히 상대국 당국자를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이 부총리는 "양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이 같은 형태로 함께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특히 뜻깊다"고 했다.
시선은 대미투자로 쏠린다. 양국은 이달 초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 1일 1차 투자금 24억달러를 송금했다. 최대 1200억달러가 드는 미국 원전 8기 건설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연말까지 원전 기자재 대금 최대 100억달러를 선지급하는 방안까지 집행되면 올해 송금액은 최대 124억달러로 불어난다.
대미 전략투자는 총 2000억달러 규모이고 연간 한도는 200억달러다. 필요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사들이면 환율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양국이 외환시장 불안 시 한국이 자금 조달 규모·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면담에서도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변동성 완화를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모았던 한미 통화스와프는 이번에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해 관세협상 때 요구했던 사안이지만, 당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연준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준은 2013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영란은행·캐나다은행·스위스중앙은행 등 5곳과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운용한다. 한국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00억달러)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600억달러) 때 한시 계약을 맺었다.
외환시장 흐름도 변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3.2원 내린 1331.4원으로,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가장 낮았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 통화스와프까지 체결되면 원화 가치가 더 올라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회동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신 총재와 워시 의장의 친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재는 앞서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유동성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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